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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원더풀 데이즈] 2003년 유물 소환 - 스마트폰 빼곤 다를 게 없어 보이던 시절

by VM 2021. 12. 12.

▲ 세월의 흔적이 향기... 와는 거리가 먼 무엇인가가 후각으로도 전해집니다.

이전 포스팅에서 소환한 '디스커버리 채널의 호기심 해결사'를 추억하면서 2003년에 본 원더풀 데이즈가 생각났습니다.

뉴스를 잘 안 봤어서 언제 풀리기 시작했는지는 몰라도 작지 않은 그 규모만큼은 체감할 수 있던 일본 대중문화 개방의 정점에서 다양한 채널로 서브컬처가 소개되었습니다.

(찾아보니까 일본 문화개방이 1998년으로 나오네요.)

합법과 불법의 미묘한 경계선에서 수요와 공급 모두 호황이었던 터라 소수의 정보 독점자만 접근 가능했던 것들이 온/오프라인 모두 폭주하는 시절로 그려지는 2003년 즈음입니다.

 

 

 

▲ 목숨 걸고 하진 않지만 뭔가 응모하면 타율이 좋은 편이긴 합니다.

딱히 애니메이션을 깊이 있게 보는 편은 아니었어서 특별히 국산, 외산 애니메이션을 차별하진 않았습니다.

교훈을 주는 내용에서 SF로 바뀌는 바람에 의아했던 '달려라 호돌이'도 재밌게 봤고, 내용은 잘 기억 안 나지만 역동적인 움직임에 '어떻게 저렇게 그리지?' 하며 감탄했던 '2020 원더 키디'도 추억 돋습니다.

레스톨 구조대는 관련 프라모델이 하비 재팬에 실렸던 것... 같기도 합니다. (책, 괜히 팔았어...)

 

 

 

▲ 화이트 메탈도 오래되면 색변이 있는지 부분부분 노랗게 변했습니다.

레스톨 구조대의 주영삼 씨가 메카-디자인을 담당한 라젠카는 신해철 삼촌의 ost로도 새 역사를 썼습니다.

만... 역시 내용은 가물가물 합니다.

뉴타입인지 모델 구라였는지 'I stand here for you.'라는 Tagline이 쓰인 메카물 관련 기사를 기억하고 있었어서 해처리 형도 이쪽 잡지 보나? 하고 혼자 궁금했던 적도 있습니다. (책, 괜히 팔았어...)

 

 

 

▲ 바이크 하면 아키라를 떠올릴 수밖에 없지만 최근 WAVE에서 출시한 '파이팅 모노 바이크 HOUND'를 보면 근본 없이 타미나요. (멈춰!)

일본 애니메이션이 극장가에 걸리고, 평소에 관심도 없던 영화 잡지 표지에 라퓨타가 실리고(KINO), 심지어 오카다 토시오岡田 斗司夫의 책도 번역되고, 의외로 정보가 빈약했던 소비자들의 갈증을 해소할 콘텐츠가 넘쳐나던 시절을 돌이켜보면 요즘에 접하는 정보량이랑 비교해도 별 차이 없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긴 그때는 쌓여있던 정보를 어떻게 쏟아낼까를 고민할 때고 지금은 거의 실시간이란 차이는 있겠지만요.

천사소녀 네티의 의미 있는 시청률이 일간 신문에 실리고, 대영팬더의 놀라운 성우 캐스팅으로 란마를 즐기며, 투니버스의 개국으로 문화개방 이후 캐릭터 산업 르네상스와도 같은 풍요로움을 만끽하던 중 20세기를 넘기고 2003년, '원더풀 데이즈'가 개봉합니다.

 

 

 

▲ 인젝션으로 상품성이 없으려나? 우리는 너무 태권V에만 집착하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영화 준비기간이 길어진 만큼 미리 공개된 관련 굿즈의 프로토 타입을 보면서 기대하고 응원도 했던 작품인데, 정작 영화 개봉 이후 빛도 못 보고 사장 된 상품들을 생각하면 이벤트 응모로 받은 열쇠고리라도 잘 보관해야겠습니다.

당시 스텝들 중에 여전히 세계시장에서 활약하시는 현역 관련 뉴스를 보면 대단한 분들이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모형과 애니메이션 감상에 열심이었던 90년대에서 2000년대 중반까지, 대충 십여 년 열중했던 취미를 거의 비슷한 시간만큼 쉬고 있다가 다시 하려니 뭐랄까 뜸을 너무 오래 들였나 싶네요.

(쉬지 말걸 그랬나? 있지도 않은 감이 떨어졌어.)

 

 

 

▲ 목숨 걸고 하진 않지만 뭔가 응모하면 타율이 좋은 편이긴 합니다. (어?)

'오~~~ 아빠, 이거 이쁘다.'

입지도 않고 반 강제 숙성된 18년 전 티셔츠 사진 찍는 저에게 와서 한 마디 하고 가는 아이의 말을 곰곰 생각해 보니 억지로 과장만 안 하면 90년대 말이나,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해도 사는 모양새는 지금과 큰 차이 없어 보입니다.

가끔 꺼내 보는 그 당시 잡지들도 꽤나 과감한 편집도 많이 보이고 힙해서 이미 매체가 가지고 있는 제약을 넘어, 하고 싶은 거 다 시도하고 전복도 해보던 걸 여기저기서 마구 반복 재생산하던 시절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요.

(족보에도 없는 건축물 양식이라며 뚜드려 맞던 예식장이 이때 많이 지어졌던 기억이...)

 

 

 

▲ 셔츠 소매와 몸통 끝단은 투 톤으로, 노란색 스티치 라인과 색깔을 맞췄습니다.

'내일이라도 입고 다녀볼까?' (아, 이거 반팔이지...)

주위를 둘러보면 스마트폰이랑 무선 청소기, 전기차 빼고는 2003년이나 지금이나 크게 바뀐 게 없어 보입니다.

(속도와 해상도의 발전은 당연한 변화라 바뀌었다고 하긴 어려워서 뺐습니다.)

어려운 시기임에도 K 콘텐츠 관련 좋은 뉴스가 많은 요즘, 멋진 기획으로 원더풀 데이즈 같은 규모의 애니메이션과 관련 상품이 나오면 좋겠네요.

 

 

 


 

 

▲ 코로나 종식되면 온 식구 이 티셔츠 입고 스타벅스 가려고요. (우리 집 꼬맹이가 창피해하기 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