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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경]어린이날 100주년[축] 신나는 어린이날, 뭐하지? - 기억을 지배하는 기록

by VM 2022. 5. 5.

▲ 우리 집 꼬맹이들 생애 첫 낙서장 모음입니다.

성인이 되기 전 어느 날, 시각 장애를 극복하고 타국에서 사는 한 가장의 모습을 담은 이야기를 본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늘 그랬듯 무심코 튼 TV와 이를 방해하는 사람 없이 집에 혼자였다는 두 가지 조건이 만든 우연이었죠.

조명이 꺼진 어두운 방에서 (아마도 점자로 된) 동화책을 읽어주셨다는 아버지만의 놀라운 능력에 감사하는 아들의 인터뷰와, 장성한 두 아들의 어릴 적 목소리가 담긴 카세트테이프를 하나 씩 꺼내 재생하면서 녹음 당시의 구체적인 장소며 상황을 설명하다 자연스럽게 동화되어 해맑게 웃던 아버님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살리고 싶었는데... 배터리 교체를 통한 심폐 소생에 실패한 나의 첫 스마트폰.

얼리 어답터분들이야 PDA 단말기를 일찍부터 썼겠지만, 퇴근하고도 급한 일에 대응하라며 회사에서 일부 지원해준 아이폰을 처음 쓰면서 위에 언급한 옛날 방송이 떠올랐나 봅니다.

'오오, 요 녀석이라면 나도 어둠 속에서 책을 읽어줄 수 있겠군!'

자면서 옹알거리는 목소리를 담을 녹음 기능과 기존 폰카나 똑딱이와는 차원이 다르게 빠르고 똑똑한 카메라마저 삼켜버린 편리함은 언제 웃을지 몰라 순발력이 필요한 인생 샷을 찍는데 최적화된 성능을 경험하면서 퇴근 후 연장된 업무에 대한 불만 정도는 가볍게 상쇄할 수 있는 보너스였습니다.

(초기 아이폰은 지금 봐도 사기캐랄 수 있는 완성도입니다.)

 

 

 

▲ 지난 1월 , 아이들 손잡고 부스터 샷 맞으러 가는 날, 예전에 모 쇼핑몰에서 본 가족이 떠올랐습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허겁지겁 내리고 출구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마저 다섯 걸음 정도 뛰어올랐을 때 두 손을 꼭 잡고 나란히 유쾌!한 길막을 하고 서 계시던 한 노부부의 뒷모습에 미래의 여유 있는 노년 생활을 그려보고, 각각 10대 후반과 초반으로 보이는 두 자녀의 손을 꼭 잡고 쇼핑하는 중년 여성분의 뒷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가족 계획을 따라 할 정도로 철없고 가벼운 편입니다.

덕분?에 와이프랑 손잡고 다니는 게 자연스럽고 가족 계획도 제가 선언!한(꿈꾼) 대로 되었으니 고마울 따름이죠.

성별마저 기가 막히게 맞춰버린 제 꿈이 태몽이 맞다며 덕담도 곁들어주신 주위 어르신들의 응원에 우쭐했는지, 만약 5인 전대물 가족이 되었다면 미리 이름까지 지어놨던 막내는 딸이었을 거라며 굳게 믿었던 걸 보면 철없고 가벼운 건 여전합니다.

 

 

 

▲ 손이 닿는 거리에 두고 자주 꺼내 봅니다만, '닥터 슬럼프'보다 재밌고 '트루먼 쇼'보다 감동적인, 뭐랄까 부심 같은 그 뭔가가 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어린이날 포스팅을 뭘 쓸까 고민하다 아빠로서 관통하는 일관성이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아이들 인생에서 가장 먼 시절의 기억들을 가능한 많이, 그리고 구체적으로 기억(기록)하는 것!'

확인할 길 없이 기억에만 희미하게 남아있는 제 어린이 시절에 대한 보상심리 치고는 부모니까 가능한 특권이기도 하고, 딱히 애들에게 부담 주는 일은 아니라서 고마운 마음으로 기록하고, 챙기고, 나중에 나이가 들면 하나씩 소중히 꺼내보며 아이들과의 키 프레임을 소환하기 위한 '추억 배당 종신보험'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 플래너 아래쪽 진하게 처리한 박스 영역이 아이들 관련해서 뭐든 적는 공간입니다. 매일 이렇게 페이지를 꽉 채우지는 않습니다.

직장생활로 시작된 데이터 백업의 생활화는 평균 시속時速 25메가바이트 이상으로 차 버리는 아이들 사진&동영상을 외장하드에 옮기는 백업 인생을 위한 훌륭한 예행연습이었고, 가끔 따로 적던 육아 일기는 업무 다이어리로 넘어온 게 이젠 기본 포맷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크면 나랑 무슨 얘기를 나눌지 궁금해하고, 한글은 언제 떼나 싶던 통과의례적인 걱정을 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젠 제 플래너에 남기고픈 사건?을 적어달라며 아주아주 가끔 부탁도 하고, 가끔은 보다 자주 오늘은 뭘 적었나 봐도 되냐며 굳이 허락받고 보곤 합니다.

하루하루 의미 있는 순간Keyframes을 또렷하게Vivid 기억Memory하기 위한 가족 공공재가 되어 이젠 비밀이랄 것도 없네요.

 

 


 

 

▲ 예전에 사놓고 깜빡 잊고 있던 타미야의 고(古) 녀석들... '엄마는 공룡 안 좋아ヘ... 로맨스 좋아ヘ...'

'아빠, 이거 같이 만들고 색도 칠하기로 했잖아, 언제 할 거야?'

최근 계획에 없이 큰아이와 방을 바꾸면서 잠들어 있던 모형 생활을 깨우는 막내의 한 마디 덕분에 할 일이 생겼습니다.

서페이서 올리면 아크릴 과슈가 잘 먹을 거 같습니다.

 

 


 

 

▲ 방 바꾸기 전 악어(crocodylia) 먼저 조립해본 어느 날, 잠깐 자릴 비운 사이... 막내 녀석이 저지른 만행. 출신이 타미야라 타미야만 탐을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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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 처음 맞이하는 어린이날 100주년, 어린이 두 분 모시고 시작!

 

 


 

 

▲ "I think you're the sweetest guy in the world and the most handsome."

제 얘긴 아니고... ㅋ

위 MV 영상 마지막에 나오는 대사는 영화 Buffalo 66의 배우(여주인공), 크리스티나 리치(Christina Ricci)의 몫입니다.

법적으로 어린이(!)였을 때 들었던, 어린이랑 안 어울리는(?) 노래는 이미지를 클릭/터치하면 유튜브로 이동합니다.

(지난해 어린이날화성을 다녀왔으니 올해는 달로 떠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