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포스팅에서 세탁 세제 안에 잠수시킨 피겨의 이미 굳은 아크릴 물감을 녹여 보겠다는 포스팅의 시작!
어제 세탁 세제 몇 방울 정도에 피겨가 잠길 정도로 물을 넣고 하루가 지났다.
특별한 제품을 따로 사용한 게 아니라 그냥 지금 집에서 쓰고 있는 세탁용 액상 세제다.
굳은 아크릴 물감이 허물 벗듯이 박리되는 건 아니라서 위 사진에 보이는 거친 브러시로 박박 문질러 주었다.
사진의 브러시는 기판(PCB - Printed Circuit Board)용으로 나온 제품이다.
정전기 방지용 브러시로, 솔의 재질은 미술용 붓이나 천연 소재 칫솔에도 쓰이는 돼지털(돈모/豚毛)이라 솔 탄성이 적당히 뻣뻣하고 키트에 상처는 덜 남긴다.
아크릴로 색칠하는 와중에도 화이트 메탈 부분이 노출되었는데, 물감과는 상관없이 인형의 돌출된 곳에 메탈 프라이머와 서페이서가 너무 얇게 올라가서 물리적인 마찰로 벗겨진 게 아니었나 싶다.
래커나 에나멜처럼 독한 유기용제를 쓰지 않고도 말라서 굳어버린 아크릴 물감을 지울 수 있다는 건 장점이 아닐 수 없다.
프라이머를 그냥 위에 다시 덧칠할지 아니면 남아있는 서페이서도 전용 시너로 닦아낼지 고민 중이다.
얼굴이랑 상체는 웬만큼 세게 문질러도 서페이서가 (아크릴 물감 말고!) 남아있다.
인젝션이었다면 래커 계열 도료와 플라스틱이 더 단단하게 붙어있어서 아크릴 피막만 벗겨지고 프라이머나 서페이서는 남아있지 않았을까 싶다.
래커 물감 전용 희석제로 나온 시너는 플라스틱, 그러니까 프라모델에 주로 쓰이는 폴리 스티렌PS 수지를 살짝 녹이므로 웬만하면 신너탕은 안 하는 게 좋다.
툴 클리너는 거의 물뽄(무수지 접착제) 수준이고...
세제라고 몸에 좋을 리는 없지만 독한 유기용제와 비교할 바는 아닌 데다가, 플라스틱 몰드에 대미지 하나 없이 도료의 피막만 녹여서 닦을 수 있다는 건 참으로 정신건강뿐 아니라 신체 건강도 지켜주는 장점이다.
물감이란 게 전문성 없이 쉽게 뭐라 기술할 만큼 가볍지 않은 분야라서 단정적으로 말할 주제는 아니지만 모형을 만들거나 가끔 (전공이 아닌) 취미로 그림 그리는데 필요한 지식 정도는 알고 싶기는 하다.
건축에 쓰이는 실외용 아크릴 도료가 알칼리 성분에 녹으면 안 되는 건 뻔하므로, 모형용 아크릴 물감의 성질을 모든 아크릴 도료의 특성으로 이해하면 안 되겠다.
직접 테스트는 안 해봤지만 타미야나 요즘 많이들 쓰는 발레호 제품도 알칼리성 세제로 쉽게 지울 수 있다는 글은 많다.
웹상에 알코올이나 윈덱스를 용제로 사용하는 글도 많고, 일본의 경우는 카오 매직클린 花王Kao マジックリン(녹색 제품만 가능!) 이란 제품을 페인트 리무버로써 뿐 아니라 용제로도 사용하는 글을 찾아볼 수 있다.
(워셔액도 쓰더라.)
에나멜 물감으로 건프라에 먹선을 넣으면 부품이 갈라진다는 후기가 많은데, 위 세제를 용제로 쓰면 아크릴 물감으로도 에나멜만큼이나 핀 워싱이 편하다는 글도 있어서 나중에 써봐야겠다.
아크릴 물감을 그냥 물에 희석해서 썼을 땐 에나멜이나 유화 워싱의 자연스러움과 거리가 있었다.
최근 반 강제 집콕 생활의 증가로 제품 개발 방향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아크릴 물감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방증으로 아크릴 물감 관련 다양한 사례나 활용 정보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이래저래 모형용 아크릴 물감의 대중화가 취미 모형 생활의 순작용을 견인하는 건 환영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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