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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모델 다이어리/도구

[AVES] 프라모델 개조를 위해 Apoxie Sculpt 에폭시 퍼티를 구했다

by VM 2021. 4. 6.

▲ 주제와 경화제가 한 묶음으로 슈링크 랩에 포장되어있다.

최근 환상적인 조립성을 보여주는 키트도 많지만, 세상에 퍼티 도움 없이 딱딱 들어맞는 키트가 얼마나 될까?

색칠을 전제로 조립하는 모형의 경우 퍼티의 빈자리는... 퍼티로 채운다.

(퍼티의 빈자리는 이미 퍼티로 인식하는 모델러의 관성!)

물론 틈새를 매우는 용도뿐 아니라 생략된 디테일이나 몰드를 추가할 때도 필요한 필수 재료!

 

종류도 많고 사용목적도 다양한 퍼티중 에폭시 퍼티가 필요해서 미국에 계신 형님께 부탁해서 받아 본 Apoxie Sculpt.

알파인 미니어처의 대표님이시자 원형사인 함태성 님이 쓰신다고 해서 공수 받음.

즉, 인형 원형 제작에도 쓰이는, 쓰임새가 참 많은 소재다.

 

따라서 이 제품을 고른 다른 이유 없음.

피겨 대가께서 쓰심. 끝!

 

 

 

▲ 헤어지지 말자.

직관적으로 알 수 있듯이 저 A + B 즉, 주제(레진=접착제)경화제(복합 화학물)를 동일한 비율로 섞으면 둘만의 케미!로 딱딱하게 굳는 소재로, 완전히 경화되기 전에 형태를 잡는 것도 가능하다.

두 물질이 물리적, 화학적으로 유동성을 유지하고 있어서 조형이 가능한 단계를 가사시간이라고 한다.

 

저 큰 덩어리 전체가 다 주제경화제는 아니고,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주제경화제 사이에 화학적 변이 없이 대부분의 부피를 차지하는 충진제를 편의상 동일 비율로 섞기 편하도록 채운 게 맞을 듯.

이를테면, 주제(3) 경화제(1) 충진제(6) 비율이라면, (실제 비율은 모르고 말 그대로 가정입니다!)

  • A : 주제 (3) 충진제 (2) => 5
  • B : 경화 (1) 충진제 (4) => 5

이렇게 충진제로 1 : 1 비율을 맞춘 것.

충진제가 물감의 안료라면 주제와 경화제가 결합해서 굳어진 수지는 페인트의 바인더, 혹은 비히클 역할이다.

 

돌처럼 딱딱하게 굳기 전에 고무공처럼 탄성을 지니는 제품도 있어서 조형을 마치고 이 단계에 칼로 날카롭게 가공하는 분들도 있다.

완전히 경화된 퍼티는 무른돌을 깎는 느낌이라면 탄성을 지닌 에폭시 퍼티는 떡국을 위한 적당히 굳은 가래떡을 써는 질감이라 얇거나 가늘게 조형한 것을 깨트리지 않고 칼질이 가능하다.

깃발이나 망토, 천막이나 방수포, 승용차 발매트 같이 얇고 넓게 조형할 경우 밀대Rolling Pin로 퍼티를 밀어서 작업하는데, 만두피처럼 밀어놓은 퍼티를 약 한 시간 정도 끈적거림 없이 작업할 수 있는 가사시간 안에 모양을 잡거나 텍스처를 넣어주고 탄성이 생길 즈음 필요 없는 부분을 잘라주는 식으로 작업하기도 한다.

(물론 탄성이랑 상관없이 작업해도 됨.)

 

일단 경화된 다음에는 조각이나 사포질도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딱딱하다.

제품 목적에 따라 완전 경화에 걸리는 시간은 다르지만 이 제품은 24시간이면 방수까지 된다고 적혀있음.

  • 30분 : 가장 끈적거리는 구간
  • 1시간 ~ 2시간 : 조형하기 가장 좋은 가사시간
  • 2시간 ~ 3시간 : 주제와 경화제가 화학적으로 시작된 경화가 슬슬 굳으면서 탄성이 생기는 구간
  • 24시간 : 완전 경화, 주제와 경화제 사이 화학반응 완료, 방수

 

오븐에 넣어서 경화시간을 단축시키는 분들도 있는 걸 보면 온도 영향도 있는데 에폭시 계열이 원래 그렇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접착제라서 화학반응 초기에는 표면이 끈적거리다 보니 조형 도구나 손에 물, 혹은 바셀린을 바르면 편하다.

겨울마다 사놓고 다 못쓴 립밤을 쓰기도 하는데, 거꾸로 모형용 이형제로 쓰던 립밤을 다른 식구들이 쓰지 못하도록 해마다 새로운 제품을 사주고 유통기한 애매한 립밤을 모형용으로 쓰는 이쁨 받는 재택 모델러가 되자.

 

다양한 종류만큼 여러 목적으로 쓰이는 퍼티 중 지금까지 써본 에폭시 퍼티를 나열해 보자면,

  • 타미야 : 첫 에폭시 퍼티, 사용법을 잘 몰랐을 때라 제대로 못써봄, 하나 남아있는 건 10년 지나서... 아직 가지고 있음
  • 이름 모를 배관용 퍼티 : 빌 호랜(Bill Horan)이 쓰는 듀로 퍼티(그린 스터프)랑 색이 비슷하단 이유로 샀으나 후회, 배관용인지도 모르고 샀다가 특유의 불쾌한 냄새로 모형도 하기 싫어질 뻔함
  • 이름 모를 A + B 퍼티 : 공구상가에서 저렴한 가격과 후덕한 양에 놀라 타미야에 배신감? 느낌, 품질은 so so, 섞다 보면 좁쌀 크기의 돌가루 같은 것도 잡히곤 했다
  • 알테코 A + B 퍼티 : 써본 제품 중 가장 만족도 높음, 10년 지난 제품 테스트 결과 이상 없음

 

 

▲ 화이트 레진 (White Resin)

순수 내용물 227g에서 초과하는 만큼이 용기 무게.

주제랑 경화제 합치면 450g이 좀 넘는 거니까 국내에 유통되는 모형용 퍼티보다 훨씬 저렴하다.

 

제조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에폭시 퍼티 색상이 다양하다.

알테코처럼 은박지나 타미야처럼 테이프 포장이 아니라 밀폐용기에 따로 들어있어서 더 쓰기 편하다.

나름 신세계.

 

 

 

▲ 경화제 (Hardner). 2그램의 근소한 무게 차이는 신경쓰지 말자.

모형 쪽 현업에서 일하시던 예전 지인께서 매직 스컬프트Magic Sculpt라는 에폭시 퍼티가 버터 바르듯 부드럽고 작업하기 편하다는 짧은 논평이 잠깐 떠올랐으나 함태성 님의 이끌림에 샀으니 솔직히 그 부드러움이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다.

국내 오픈마켓에서 파는 건 구매 대행 아니면 수입한 제품을 소분해서 재포장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용 접착제로 쓰이는 에폭시 퍼티의 경우 냄새도 역하고 피부에 살짝 영향을 주기도 했는데, 우선 이 제품은 조형용으로 만들어진 데다가 코에 별 자극도 없다.

경화제만 가까이에서 맡아야 시큰한 냄새가 살짝 나는 정도로 신경 쓰이지는 않는다.

소송의 나라! 에서 일반 취미용으로 제조, 유통되는 제품이니 믿고 써 보자.

 

 

 

'놀랍지 않습니까?'

▲ 오른쪽, 뚜껑에 씰 라이너가 붙어있는 쪽이 경화제다.

부러지고!  떨어지고!  깨지고!

수리하기 차암 힘들죠?

홈쇼핑에서 익숙하게 들어봤을 '믹스 & 픽스' 나 '마이리 퍼틔' 같이 접착제 혹은 틈새 메우는 필러(filler)로 쓰이는 에폭시를 취미 모형에 맞게 만든 제품으로 보면 된다.

아무래도 접착제 용도로 만드는 제품보다는 경화시간도 늦추고 독성도 낮추지 않았을까 싶다.

민감하신 분들이라면 맨손보다 니트릴 장갑 쓰시기를 권장함.

 

비슷한 재료로 시바툴(Cibatool : 스위스 상표)도 있는데, 국내에 이 이름으로 유통되는 건 스위스랑 상관없이 국내 생산된 염가품으로, 밀도가 낮아서 경화되고 나면 표면 정리를 다시 해줘야 한다.

Sibatool은 국내 제품, Cibatool은 스위스제 에폭시 제품 (그럼 C.I.V.A는?...) 이렇게 구분하면 되겠다.

노렸는지는 모르겠으나 한글 표기는 같지만 영문표기는 다르게 유통되고 있다.

 

시바툴을 써본 적은 없지만 섬세한 디테일 표현보다는 굵직한 덩어리감을 만들기에 훌륭해 보인다.

(옆에서 쓰는 걸 본 적은 있다)

가성비 좋고 가공도 편하다지만 현재 재택 모델링 환경엔 무리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가지고 있는 재료나 먼저 소진하는 데 열중하기로 했다.

일본에선 비슷한 목적에 사용되는 재료로 파디코에서 나온 석분 점토폴리에스테르 퍼티가 있는데 우리나라에선 에폭시 퍼티나 시바툴을 원형 재료로 비교적 많이 썼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중에 지면 작업을 하게 되면 써보고 싶다.

 

국내에서 모형 관련 소재나 도구 시장이 상업적으로 커진 계기는 구체관절 인형이 견인했다고 생각하는 게 개인 소규모 사업자가 '유통만으로'가 아닌 제품 기획, 생산, 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을 비싼 생산설비 없이 비교적 저렴한 초기 투자로 매출을 이끌 수 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구관 인형 쇼핑몰 매출의 대부분은 글로벌 쇼핑몰에서 딸라로 입금되었다.)

값비싼 금형 제작이 필수인 순수 프라모델 제조사보다는 가내 수공업 사이즈의 소규모 사업이지만 소비자가 원형사를 소비하는, 즉 크리에이터가 크리에이터를 SNS로 소통하면서 키워나간 시장이다 보니 유통 자체도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온라인 시장에 잘 자리 잡아 메이저 완구회사와 겹치지 않는 블루오션을 키우며 '원형사'란 직업을 일반명사로 만들어버린 시절이 만든 시장이랄까.

 

 

 

▲ 레진에 지문이 보인다. 즉 제조사의 사랑스런 손맛(!)이 보이는 위 사진이 진짜로!, 찐! 새상품 상태다.

아마존 상세페이지를 보면 지문에 대한 문의가 많았는지 직접 손으로 포장해서 그런 거니까 걱정 말라고 적어놓은 게 재미있다.

 

베스킨라빈스에서 아이스크림 퍼주듯 기준 함량에 맞춰 마지막에 손으로 눌렀다고 생각하면 사람 냄새나는 거 같고 별로다. (농담)

공장제 가내수공업으로 포장하더라도 양이 상당할 텐데 맨손으로 포장하는 거 보면 확실히 피부에 크게 자극이 없다는 근거가 아닐까 하고, 편하게 생각하면 제품에 대한 안전성 신뢰도가 확 올라간다.

 

 

 

▲ 경화제와 섞고 나서 어떻게 변하는지 잘 정리한 시간별 변화 추이(왼쪽)와 제품 특장점(오른쪽)이 적혀있다.

래커 퍼티의 수축과 폴리 퍼티의 뒷골 당기는 냄새 같은 단점을 커버하는 매력!

인화성 물질도 아니고 휘발 성분도 없으므로 안심하고 쓰기 좋다.

아마존에서 직구로 살 수 있는 제품이므로 관심 있으신 분들은 구매대행이나 직구를 이용해 보심도 좋을 듯.

 

모형용 도구라는 게 비단 퍼티뿐 아니라 대부분 기존에 있는 것들을 모형 전용으로 응용, 개발해서 출시되다 보니 필연적으로 가격이 비싸진다.

 

가격과 많은 양이 부담스럽다면 다이소 공구류 섹션에 다목적용(20g)과 목재용(10g) 퍼티를 소분해서 각각 2,000원에 팔고 있으니 시험 삼아 써보는 것도 좋다.

다이소 퍼티는 수중용과 금속 용도 있는데 다목적용 패키지에는 장난감 수리에 적합하다는 그림이 인쇄되어있다.

목재용과 다목적용은 용도가 거의 비슷한데 목재용이 밀도가 더 낮은 걸로 보아 뭔가 제조하는 레시피가 다른가 보다.

미국에서 수입한 원료로 국내에서 생산했다고 되어있다.

제조사 홈페이지가 포장지 설명보다 더 구체적으로 적혀있다.

다이소 퍼티의 가사시간이 길어야 25분에 건조시간도 빨라서 손에 익으면 단점은 아니겠으나, 모형 전용으로 나온 이 제품의 한 시간 이상 되는 가사시간의 매력은 무시하지 못하겠다.

 

양이 좀 많아서 그렇지 구매 대행비를 줘도 다이소 에폭시 퍼티보다 싸다.

 

 


 

 

모형 관련해서 다루지 않는 아이템이 없이 고객 입장에서 제품을 개발하는 타미야의 열정은 대단하지 않나 싶다.

물감, 조립 도구, 에어브러시, 스프레이 부스, 앞치마...

비록 모든 제품을 자체 생산하는 건 아니지만 검증된 외주 업체를 통해서라도 타미야란 브랜드 안에서 웬만한 건 다 해결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군제, 웨이브도 키트뿐 아니라 도구 개발에 참 열심이다.

(돈 되니까 하긴 하겠지마는)

 

아카데미에서 나오는 조립 도구 일부는 아셈 하비를 통해서 개발된 제품이 보이던데, 오랜 경험과 국내 유통망을 이용해서 퍼티나 주변 도구들을 좀 더 다양하게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하긴 50년 넘게 시도조차 안하진 않았을 텐데 나 같은 일반 소비자가 모를 허들도 있었겠지.

(한땐 그 유명한 험브롤 에나멜 페인트도 수입하던 아카데미가 지금은 유통구조 때문에 직접 하면 돈이 안되려나?)

 

 


 

에폭시 퍼티 요약

  • 주제와 경화제를 동일한 비율로 마블링이 안 보일 때까지 잘 섞어서 쓴다 (경화 시간을 경화제로 조절하는 분도 있으나 굳이 그럴 필요가...)
  • 장갑 사용을 권하며 천연 라텍스보다는 화학성분에 강한 니트릴 장갑을 추천함
  • 모형용으로 나온 제품은 산업용에 비해 각종 위험요소?를 최소화한 제품이므로 믿고 쓰자 (비싸도 기분 좋게 Flex!)
  • 제품마다 경화시간이 다르므로 적정 가사시간(경화되기 전 조형작업 가능한 시간)도 각각 다르다
  • 경화 단계별 특징 : A+B 믹스 / 초기: 가장 끈적거리는 단계로 접착제 성향이 제일 강함 / 가사시간: 조형, 조소 작업에 최적, 덜 끈적 / 탄성기: 써는 칼질에 좋음, 끈적임 적음 / 완전 경화(탈형시간): 조각, 사포 작업 가능, 끈적임 완전 소멸
  • 가사시간 안엔 조형, 완전히 경화된 탈형 시간 이후엔 후가공(깎거나 사포 작업 등)이 가능하다
  • 밀도가 높고 입자가 오밀조밀해서 가공성이 좋다
  • 끈적거리는 접착제 성질이 있어서 손이나 도구에 물, 바셀린, 립밤 등을 묻히면 덜 들러붙는다
  • 제품 성분 중 대부분의 부피를 차지하는 건 기본적으로 'A+B 타입 에폭시 레진(접착제)'에 충진제로는 돌가루와 탈크talc 뿐 아니라 목적에 맞게 다양한 물질이 각기 다른 비율로 섞여 있으므로, 산업용이 아닌 모형용으로 산 퍼티라 하더라도 분진이 호흡기에 절대!!!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하자
  • 경화하는 과정에서 수축 없고 휘발 성분도 인화성 물질도 없다
  • 경화를 위한 (오븐 같은) 추가 지출이나 냄새로 인한 불편함이 없다
  • 열을 가하면 경화시간이 단축된다 (통상 온도 조절되는 오븐은 140°C 에서 10~20분, 토스터를 쓸 경우 1~2분)
  • 열을 이용해서 경화를 촉진시킬 때는 일단 경화된 후에 해야 내부에 있는 공기 팽창으로 인한 버블 생성을 막을 수 있다 (경화된 다음 또 경화를 촉진시킬 거면 뭐하러?)

 

도구가 바뀐다고 고수가 되는 건 아니지만 좋은 도구가 고민을 해결해주고 시간을 아끼는 지름길이었던 경험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