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모델 취미가 힙하다고 생각이 들 때는 끝내주는 완성품을 보고 느끼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들이 사용하는 처음 보는 도구들이나 그 작가들이 작업하는 환경에 더 끌리는 편입니다.
(잘 만드니까 프로가 됐고, 프로니까 잘 만들겠죠.)
결과보다 과정이 더 궁금하잖아요.
모델러라면 처음 보는 도구에 눈이 가야 인지상정!
잡지사는 카테고리별 정보의 비율을 조절해가면서 조금씩 살짝씩 흘리는 집단 같습니다.
가진 자의 여유랄까.
물타기를 아~~~ 쥬~~~ 잘하죠.
그들만 쓰는 특별해 보이는 도구들.
괜히 가지고 싶고, 뭔가 있어 보이고, 저걸 가지면 더 잘 만들 수 있을 거 같고.
결과물을 어떻게 만들었는가에 대한 궁금증에 이렇게 만들었지롱 하는 과정으로 답하는 게 바로 잡지의 무기인 겁니다.
상품화된 것들이야 예전과 다르게 온라인에서 바로 검색되고 맘만 먹으면 직구도 가능한 세상입니다.
상업성 있다 싶은 제품은 선수들이 재빠르게 수입도 하고 어디선가는 좀 더 저렴하게 유사상품을 내놓기도 합니다.
그런데 개중에는 모형용으로 따로 제품화되지 않은, 직접 자작한 도구나 다른 분야에서 쓰는 전문 도구를 본인의 아이디어로 모형에 사용하는 툴들을 보고 나면 은근 신경 쓰이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준비한 포스팅은 수전증을 보완하기 위해 직접 만들어 본 색칠용 손잡이Painting Handle와 스탠드입니다.
#1번 타자
인형, 특히 작은 얼굴만 따로 칠할 때 사용하는 색칠용 지그입니다.
일반적인 페인팅 핸들과는 달리 둥글게 가드를 올려서 색칠 이외의 접촉을 방어합니다.
1/35 피겨 전신을 칠하기에는 작다 보니 아래에 등장할 6번 타자를 만드는 계기가 됩니다.
레시피는,
- 도어가드 : 다이소 1,000원
- 코드 락 / (스프링) 토글 스토퍼
다이소에서 파는 도어가드는 고무라기에는 딱딱하고 플라스틱 치고는 말랑한, 정확하게는 TPR 소재라고 합니다.
딱딱한 플라스틱이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생각보다 먼지가 덜 들러붙어서 다행입니다.
등산용 의류에 많이 쓰이는 코드 락Cord Lock을 잘만 응용하면 다양한 도구를 만들 수 있겠네요.
(저도 겨울 재킷 허리끈에 달린 걸로 만들었습니다.)
아래 TGIF란 곳에서 만든 제품을 보고 응용한 도구로 위에 잡지 사진에도 보입니다.
ミニチュア・パーク [ヒストリカルフィギュア/ミリタリーフィギュア/ファンタジーフィギュア]
miniature-park.com
나무 소재라 환경호르몬 같은 위험요소가 없어서 좋은데 넘 비싸요. ㅠ_ㅠ
#2번 타자
핀바이스나 코르크 병마개를 이용하는 모델러를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들어 봤습니다.
즉, 두 가지를 섞은 콘셉트입니다.
쥐기 편한 사이즈에 키리스 척Keyless Chuck은 콜렛Collet 교환 같은 번거로움 없이 부품을 안정적으로 고정할 수 있죠.
(야무치와 시트 사이에는 작은 네오디뮴 자석으로 탈부착할 수 있게 했습니다.)
오렌지색 바디는 아카데미의 역작! 파마스의 탐스러운 소염기에서 스카우트했습니다.
색깔도 모양도 예쁘게 잘 뽑았네요.
저 파츠만 따로 사고 싶습니다.
(쓸데없이 궁금한 건 아카데미 홈페이지 전동건 메뉴엔 파마스가 안 보입니다.)
레시피는,
- 모형에 적합한 사이즈의 핀 척 Pin Chuck
- 파마스 소염기
- 네오디뮴 자석... 은 옵션이라 없어도 됩니다.
녹색 고무 커버가 소염기의 홈에 고정되도록 치수에 맞게 잘랐더니 결합하면 나름 완성도가 높습니다.
옵션으로 파는 소염기로 파마스의 자존심은 지켜줬습니다.
그냥 저 영롱한 주황색에 당한 케이스 입죠.
노파심에 이런 작은 자석은 어린아이들, 특히 아기들이 삼키지 못하게 주의를 요합니다!!! (매우 중요)
사무용품점에서 파는 마그넷 중에 저는 이 제품이 제일 좋습니다.
특히 네오디뮴 자석의 극성을 일관되게 출고하고 있어 뭔가 잘 관리하는 공장이란 인상을 줍니다.
모형에 자석 심기를 즐기는 편이고 이때 위아래 극성을 정하는 기준은 이 제품입니다.
메카코레에 들어있는 야무치의 엉덩이와 시트에 자석을 심었어서 위 사진처럼 자석 위에 고정할 수 있는 것이죠.
왼쪽의 녹색 실리콘 커버가 자석을 감싸고 있어서 일반적인 제품과 다릅니다.
'자석에 실리콘 커버를 씌워 접촉면을 손상시키지 않습니다.'
#3번 타자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도구들 중에는 모형에 응용하기 좋은 게 많습니다.
미술은 말할 것도 없고 목공, PCB, 카메라, 요리, 시계, 미용, 실험실, 의료...
도구라는 게 일정 부분은 범용성이 있으니까 모형용으로 산 도구라도 잘 찾아보면 당연히 일상생활에 쓰임이 있습니다.
모르면 모르고 지나가는 거 꼭 알 필욘 없지만, 한번 알게 되고 두 번 써 보면 판단이 섭니다.
물건엔 다 쓰임이 있다는 인생공부도 합니다.
레시피는,
- 시계 크라운 튜브 삽입/리무버
- 레고 (없어도 됨)
손에 쇠 냄새 배는 걸 싫어하지만, 스뎅은 다릅니다.
남자는 스뎅이죠.
스뎅이 아녔으면 안 썼습니다.
전에는 연필꽂이에 넣고 썼는데 다른 물건들과 간섭이 생겨서 집에 돌아다니는 가정용 대인지뢰, 레고를 응용했습니다.
스터드로 인한 가벼운 환 공포증을 줄여보려 흰색으로 골랐습니다.
세워서 고정할 수 있다는 안정감에 이 정도 환 공포는 버틸만합니다.
이렇게 손잡이가 부러진 것들의 손잡이가 되기도 합니다.
도구를 위한, 도구의 도구도 됩니다.
몸통이 길어서 자립이 안 되는 게 단점이었지만, 이렇게 쓰면 또 쓰임의 진가가 빛납니다.
#4번 타자
이번엔 카메라 액세서리를 이용한 모형 색칠 스탠드 겸 핸들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2016년에 작성된 제작 기사와 RP Toolz에서 나온 제품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아쉽게도 헝가리 회사 RP Toolz 본사 쇼핑몰은 지금 열리지 않네요.
(응답하라! Peter Horvath.)
돌리고 조이고 꼽고 빼고 하는 마찰식 고정은 힙하지 않아요.
맥세이프가 왜 다시 부활하겠습니까.
'척! 하면 척!'인 겁니다
레시피는 초 간단합니다.
- 삼각대 : 다이소 3,000원
- 치즈바 : 카메라 액세서리로 필요에 맞게 적당한 사이즈면 됩니다
- 네오디뮴 자석 (구경 Φ5mm, Φ8mm, Φ10mm)
끝!
한쪽면은 자석 대신 쇠 디스크 같이 뭐라도 자석에 붙는 것을 쓰면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겠습니다.
불안하면 하나 더 쓰셔도 되고요!
자석은 종류가 많으니까 본인 성향에 맞는 세기의 가우스를 고르면 되겠습니다.
작아도 자성이 강한 네오디뮴 자석만 쓰고 있는데, 요 녀석을 심을 때는 극성 방향을 일관성 있게 맞춰주면 좋겠죠.
갑자기 누굴 줄 수도 있잖아요.
진정한 마니아의 자격은 나눔에 있다고 배웠습니다.
만들 탱크도 더 있고 색칠 준비가 덜 되어서 조립만 하고 있습니다.
모델러에게 여름은 조립의 계절인 겁니다.
가벼운 경전차는 자석 하나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대신 자석을 뺄 때 모형이 부서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정도로 힘이 쎈 녀석입니다.
전차장의 두 팔목과 해치Hatch 옆에 걸터앉은 전차병의 둔부에도 자석을 심었습니다.
좀 더 넓은 치즈바!
폭이 넓은 차량도 있으니까요.
카메라용 액세서리는 범용으로 쓰이는 나사 사이즈가 크게 두 가지로 각각 1/4", 3/8"입니다.
힌지에 자석이 붙네요.
생각지도 못한 기능은 기분 좋은 선물 같습니다.
맨 자석이 노출되는 걸 꺼리시는 분은 마스킹 테이프를 붙여서 모형에 스크레치도 방지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폼만 잡지 않습니다.
다른 핸들에 옮겨야 할 경우 퀵 릴리즈를 사용하면 나사를 돌리고 빼고 다시 돌리고 고정하고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는 힙해야 하니까요.
헤드 기울기는 약 100도 정도 조절됩니다.
힌지에 뽀인뜨 칼라를 넣은 이유는 바로 틸팅 각도를 12 스텝으로 조절하는 릴리즈 버튼이기 때문입니다.
릴리즈 버튼 위로 마그넷이 붙는 이유가 버튼 안에 철제 부품이 들어있서겠죠.
볼 조인트 고정식은 뭔가 불편하고 신경 쓰인다는 제 성향에 따악입니다.
바닥 기준으로 수직으로 세울 수 있습니다.
즉, 한때 유행어였던 '가로본능' 자세도 가능한 거죠.
요즘 수성 물감이 대세라 동양화 붓으로 색칠하는 상상을 찍어봤습니다.
#5번 타자
시타델 페인팅 핸들은 1/4인치 나사보다 살짝 작지만, 이렇게 카메라 액세서리랑 같이 쓸 수 있습니다.
야무치도 마이티 마우스의 시트도 모두 자석을 심어서 이렇게 잘 붙어있는데 붓칠 정도는 버틸 힘은 됩니다.
탱크 에어브러싱 할 때도 요긴하겠습니다.
여분이 있으면 클램프를 빼고 퀵 릴리즈 어댑터를 부착하고 상시 대기하는 것도 좋겠죠.
#6번 타자
최애 아이템.
걸이만 있으면 벽에도 걸어 둘 수 있습니다.
작업 중에 누가 찾아도 무심한 듯 시크하게 책상 위에 '툭'하고 놔도 안심입니다.
위에 핸들들은 다 외부에서 영감을 받았다면 이것만큼은 제 오리지널이라 애착을 가지고 마구마구 쓰고 있습니다.
(잠깐, 아까 환 공포증이라고...?)
이것도 레시피는 초 간단,
- 모래 삽 : 이케아 루르비그 IKEA LURVIG
- 소형 바이스
- 다이얼 노브Knob
- 볼륨 다이얼 스위치 모듈
바이스를 회전 반경이 나오도록 자르고 삽과 다이얼 노브에 구멍 좀 뚫어준 다음에 작은 나사와 볼트로 조립하면 끝!
어, 작년엔 이 가격 아녔는데, 그사이에 100원 올랐나?
LURVIG 루르비그 모래삽 - IKEA
LURVIG 루르비그 모래삽. 개와 고양이도 한집에 사는 가족의 일원이죠. LURVIG/루르비그 시리즈에는 반려동물이 사람과 함께 즐겁게 지낼 때 필요한 것, 바라는 것이 대부분 마련되어 있습니다.
www.ikea.com
볼륨 스위치 온on 할 때 그 딸깍 거리는 질감을 색칠하면서 느끼는 특권(시그널)!
물론 이렇게 360도 회전하는 건 아닙니다.
그렇다고 360도 회전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죠.
만들면 되니까요.
볼륨 스위치 모듈을 사용했는데 쟤는 재보니까 대략 310도 정도 회전합니다.
완구랑 게임 콘솔을 퓨! 전! 하는 상상했던 기억도 있어서...
끝!
'프라모델 다이어리 > 도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구 리뷰] 군제 G-Tool Mr. 캡 오프너 - 힘 빼고 뚜껑을 열자, 타미야 아크릴도!!! (13) | 2021.08.08 |
---|---|
[입추니까 쇼핑] 프라모델용 타미야 아크릴 물감 & 군제 래커 - 색칠의 계절을 준비하자 (9) | 2021.08.07 |
[커스텀 도구] 오토바이 스탠드 x 시타델 페인팅 핸들 - 내손에 편한 나만의 프라모델 도구! (5) | 2021.07.25 |
[cki - 혁신 고데기] 건프라 기법에서 배운다! - 런너로 프라판을 만들자 (11) | 2021.05.05 |
[다it소 쇼핑] 막쓰기 좋은 웨더링용 붓 - 다이소 둥근 틈새솔 3개 (2) | 2021.04.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