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야, 요기 위에 뚜껑 열리고 닫히게 만들까?"
"아니, 힘든데 일부로 그럴 필요 없어."
"..."
아침 일찍 일어난 김에 어제 만들다 부러진 기관총 총열을 수선하면서 기어이 철심을 심고 가동식으로 만들고는 아이가 일어나기를 기다립니다.
"잘 잤어? B야, 어제 만든거 이거 봐바봐."
"(졸린 눈으로) 어, (봤음. 보긴 봤음. 암튼 두 눈으로 보기는 봤음. 그게 다임.)"
"..."
"(살짝 눈을 번쩍 뜨면서) 어! 총은 고쳤네!"
해치는 엿보기 구멍과 같은 겁니다.
딱히 HTBG을 접하지 않은 세대라도 본능적으로 찾는 거죠.
그러니까 이따 잠이 깨면 분명 혼자 와서 해치를 최소 서너 번은 여닫아 볼 겁니다. ㅋㅋㅋ
스케일 모형, 특히 AFV의 가동 부위는 실제로 가동하지 않더라도 시각적으로 실제 움직일 거 같은 설계를 선호합니다.
특히 대전물의 경우 장갑 외부에 노출한 각종 힌지 몰드 상태를 자세히 보는 이유이기도 한데, 그런 의미에서 지금 만들고 있는 파인몰드s의 큐폴라 해치 설계는 힌지에 심을 넣을 센터를 정확하게 잡고 0.3mm 핀 바이스로 삐뚤어지지 않고 곧은 방향으로 잘 뚫어주기만 해도 무리 없이 해치가 말쑥하게 열리고 닫힙니다.
(그 와중에 해치 안쪽 밀핀 관리는 사포로 살짝 자국만 없애면 될 정도로 키트 표면이랑 단차가 거의 없습니다)
이 경우 처음부터 드릴 팁으로 뚫으면 날이 씹혀 들어가는 지점에서 '치명적인 살짝 틀어짐'으로 꼭 실패하는 똥손이라 늘 항상 보수적으로 꼭 바늘로 센터를 잡고 시작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러진 기관총 보수는 센터를 잘 못 맞춰서 42.195% 망했습니다)
마돈나 할머니가 20대 후반부터 외쳤던 마음을 열라는 가르침이 벌써 38년이 되었습니다
저에게 모형 취미는 완성이 목적이 아니라서 큐폴라만 가동식으로 개조하고 손을 놔도 딱히 큰 문제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캐치볼 모델링'이라고 부르는데요.
매번 야구 경기를 풀로 9회까지 뛰듯이 처음부터 미리 지칠 각오로 모형을 깊게 파는 거보다 여유 안에서 가볍게 즐기는 나만의 타협 기준을 하나하나 쌓으면서 오래오래 건강하게 즐기는 취미 문화로 자리 잡으면 좋겠습니다.
술렁술렁 랩의 교과서를 들으면 모형도 덩달아 술렁술렁!
유쾌한 뮤비의 th쓰릴러 군무 오마쥬도 완벽하고 술렁술렁 컨셉 유지를 위한 '3:28'에 무심한 척 머리카락 쓸어내림에도 '컷! 사인' 안 넣고 직진하신 감독님의 '일관성이란 덕목'도 배웁니다.
영상 도입부에 검은 세일러복의 스캐반st. 역할을 맡으신 배우분 얼굴엔 '신봉선' 누님도 보이고, 영상 왼쪽에 큰 키를 담당하는, 활동 당시 한국 여행 포스팅도 활발했던 '할칼리 HALCALI' 맴버, '하루카 HALCA ハルカ' 모습을 오랜만에 보니 '호테이 토모야스 布袋 寅泰' 형님 모습도 보이고, 암튼 이 노래는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 그런데 '1:29'에 오른쪽 여성분, '우에토 아야'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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