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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블완2024

[Day 1] 기억이 기록될 때 다이어리는 죽지 않는다 - 21 Shades of My Faves

by VM 2024. 11. 9.

▲ 2025년은 요걸로 골랐습니다

매년 4/4분기가 시작하기 직전, 8, 9월만 되면 슬슬 준비하는 시즌 문구 상품의 대명사, 다이어리입니다.

많은 제품을 써본 건 아니지만 최근 4년간 써왔고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도 쓸 거 같은 제품을 소개합니다.

(변수에 해당하는 그 이변은 아래에 따로 썼습니다)

사무용 가구업체이자 우리에겐 동(경)대 합격 노트를 만드는 사무용품, 문구회사로 더 알려진 '코쿠요 コクヨ''지분테쵸 ジブン手帳' 일마존 직구 후기입니다.

 

 

 

일생을 기록하는 내 수첩

 

1年で終わらない。一生つかう「ジブン手帳2025」|コクヨ株式会社

「一年で終わり」ではなく「一生つかえる」手帳をコンセプトに、手帳に書かれるすべての情報を整理・整頓し直し、それぞれに適した置き場所を再設計。今までにない発想のライフログ手

www.kokuyo-st.co.jp

광고회사 카피라이터이기도 한 크리에이터, '사쿠마 히데아키 佐久間 英彰'씨의 감수로 2013년에 처음 소개되었다는 다이어리입니다.

지분테쵸랑 같이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던 목록들을 9월 말, 20년 만에 사보는 하비재팬 발매일에 맞춰 같이 결제 버튼을 눌렀고 제가 산 건 A5 슬림 사이즈, 217mm × 136mm에 두께는 표지 포함 10.2mm입니다.

양장본처럼 두꺼운 커버가 아니고 종이가 얇지만 튼튼한 데다 아래에 설명할 페이지 디자인 때문에 2025년이면 햇수로 5년째가 됩니다.

 

 

 

2025년 공식 가이드북

 

ジブン手帳公式ガイドブック2025

ジブン手帳公式ガイドブック2025

www.amazon.co.jp

재밌는 건 지분테쵸 사용법을 따로 단행본으로 해마다 내놓고 있는데요.

'사볼 필요까지야?' 싶지만 표지 영업에 당해서라도 보고 싶기는 합니다.

회사 일로 인스타 관리할 때 종종 공스타그램나 다이어리 찾아보는 게 재밌었습니다.

 

 

 

▲ 구성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합니다

두꺼운 종이 케이스에 넣을 만한데, 내가 쓸 물건 쇼핑에 과대포장(?)은 안 좋아하는지라 얇은 비닐백에 들어있다고 불만은 없습니다.

간단한 편집 디자인 컨셉을 설명한 가이드 인쇄물도 들어 있고요.

다이어리에는 트레이싱 페이퍼 띠지를 세로로 끼웠습니다.

 

 

 

▲ 장난 바이러스 양성이라 쓸데없는 짓을 해 봤습니다

굳이 일본 제품을 쓰는 이유... 는 아래로 미뤘고요.

그러니까, 네, 지브리 아니고 '지분테쵸', 즉 '내 수첩'입니다.

결론적으로 한번 익숙해지면 쉽게 바꾸기 어려운, 뚝심 있는 디자인과 제품 컨셉은 디테일에 강한 다이어리입니다.

 

 

 

▲ PVC 앞 커버 안쪽에는 명함 포켓이 세 개 있고요

요게 의외로 편합니다.

깜빡 명함을 준비 못 하고 업체 미팅에 왔는데 여기에 넣어둔 여분 덕으로 분위기를 해치지 않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받은 명함은 여기에 꽂아두고 나중에 따로 정리하기도 했고요.

 

 

 

▲ 뒷 커버 안쪽에는 펜 홀더가 이렇게 달려있습니다

어제 포스팅에 소개한 '스타일핏'의  '4 in 1 홀더'는 직경이 12mm입니다.

사진의 펜 홀더는 지름으로 치자면 16mm 가 맥스라 너무 타이트한 펜보다 여유 있는 게 쓰기 좋고 아마도 초음파 융착으로 고정했을 PVC 재질은 금속을 많이 쓴 무거운 펜을 무리해서 꽂아서 쓰면 1년 안에 떨어질 수 있습니다.

보통 많이 쓰는 '4 in 1 펜'은 굵고 무거워서 버겁더라고요.

 

 

 

▲ 여기서 비밀(?) 하나!

매트하게 표면 처리한 투명 PVC 커버랑 노트 사이에 종이 질감을 눌러 찍은 필름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짱짱한 색종이가 다이어리 색을 고르는 옵션의 정체입니다.

종이를 빼고 누드 스킨으로 써도 되고 저 종이 대신 내 손으로 꾸민 무언가를 넣으면 '지분 갤러리' 삼아도 좋겠습니다.

비밀이라고 쓴 이유는 A5 슬림 사이즈 제품의 4가지 색상 옵션 안에서 유독 세일 폭이 큰 핑크색 커버 제품을 사더라도 요 종이 색깔만 다를 뿐 나머지 구성품은 완전, 100% 똑같니다.

 

 

 

▲ 180도로 납작하게 펼칠 수 있는 근본 있는 제본입니다!

유연한 접착제라 1년을 험하게 써도 제본이 떨어지는 일은 없었습니다.

바인딩 안쪽까지 필기하기 쉽다는 장점은 포기하기 어려운 매력이지요.

노트 모서리는 둥글게 처리했고 책갈피 끈(가름끈)은 위 사진처럼 두 가지 색이라 달력이랑 주간 일정 페이지를 동시에 갈무리할 수 있습니다.

 

 

 

▲ 커버를 벗기고 책만 따로 잰 두께는 위와 같습니다

얇아도 종이는 짱짱합니다, 잘 안찟어져요.

스타일핏 볼펜으로 필기를 해도 종이 뒷면 비침이 크게 거슬릴 정도는 아닙니다.

다 쓴 다이어리는 커버에서 노트만 빼고 따로 보관해도 노트 표지에 연도가 적혀있어 관리하기 좋고 책 등을 튼튼하게 잡아주는 메쉬 씨쓰루 테이프 안쪽으로 노출한 누드 제본은 수작업 갬성이 뿜뿜합니다.

 

 

 

▲ 외출 준비에 빠지지 않는 구성입니다, 표지의 단차는 쓰임새 좋은 오픈 포켓이라 그렇고요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4 in 1 구성의 '3색 볼펜 + 샤프'는 너무 굵어서 이 다이어리에 맞지 않고 맞아도 사이즈가 커서 휴대하기가 비교적 불편합니다.

(무리하게 끼워서 쓰다가 찟어 먹은 경험의 증언입니다)

펜이 커야 얼마나 크겠냐 싶겠만, 크기에 맞는 펜 홀더를 따로 사서 붙여서 쓰기에는 내구성이 의심스럽고 이동하다 보면 1년이란 무게와 스트레스를 견딜 만큼 제가 얌전히 쓰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어제 소개한 펜들 중 '스타일핏 4색 홀더'가장 여유있는 지름 12mm에 슬라이딩 버튼 사용감이나 노크하기 편해서 골랐고요.

 

 

 

'스타일 핏'에 프레필의 리필 샤프를 이식했습니다

 

[D-Day] 샤프가 좋아! 2025년도 잘 부탁Dream - 21 Shades of My Faves

'3색 볼펜 읽기 공부법'이란 책이 있습니다.나만의 해석을 세 가지 색으로 책에 흔적을 남기는 방법에 대한 신박한 설명을 읽으면서 마치 잡지 떼기로 그림을 익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생

vivid-memory.tistory.com

 

 

 

▲ Remove Before Flight !!!

고무장갑, 아니아니, 펜 팁에 달린 프로텍터를 벗기고 다이어리를 향해 이륙합니다.

벗기면서 마스킹 졸을 떠올리는 걸 보면 천상 모델러인가 싶기도하죠. 으하하

말이 나온 김에 벗기기 하면 이웃님이신 Like A Live님의 리뷰를 지나칠 수 없겠즤요?!!

 

 

 

특집 타이틀이 '적당히 해라, 벗기기중독'이지만, 아시죠? 이 책, 팔리는 책입니다

 

월간 아머 모델링 2024년 11월호 : 적당히 해라, 벗기기 중독

월간 아머 모델링 2024년 11월호 권두 특집「적당히 해라, 벗기기 중독」 차량이 활동하고 있었다는 증거인 도장의 「벗기기」. 이번 호에서는 전차 모형의 세계에서 치핑이라고 불리는 이 테크

likealive.tistory.com

 

 

 


 

 

 

 

지분테쵸 이전에는 이런 걸 썼습니다

 

▲ 하... 한숨이 먼저 나오는 걸 이해해 주세요

프랭클린 플래너입니다.

가성비 좋은, 하지만 미운털 밖힌 이후로는 '제본도 맘에 안 들어!' 가 되어버린 다이어리입니다.

그 이유는...

 

 

 

▲ 표지 코팅이 벗겨진 게 보이죠?

그냥 벗겨지기만 한 거라면 큰 문제는 아닙니다. 큰 문제 맞습니다.

그러니까 다 쓴 다이어리에 미련이 없다면 할 말도 없었을 겁니다.

지난 자료 중 다이어리에서 답을 찾을 때가 많아 종종 꺼내 보는데 주인의 접근을 막아버리는 불쾌함을 내돈내산 했다는 어이없음에 짜증도 납니다.

 

 

 

▲ 프라모델 치핑도 아니고 바스러진 표지가 가루가 되어 떨어집니다

갸루 가루를 종이 위에 올려놓고 손톱으로 누르면 색연필처럼 뭉개집니다. 무... 무서워...

그러니 저 다이어리끼리는 서로 쩝쩝 달라붙고 손대면 토! 옥!! 하고 터질ㄱ, 아니아니, 레알 수작업으로다가 손에도 달라붙는 치핑을 경험하게 됩니다요. 더... 더 무서워...

(지분테쵸처럼 커버를 벗길 수라도 있었다면 생각이 바뀌었겠습니다만...)

2017년 판부터 겉모습도 바뀌었겠다 새로운 마음으로 네이비 블루에서 연한 갈색으로 환승해 보았으나 개선이 된 것... 은 아니고 내지 디자인 줄 간격이 넓어 둔탁해지고 바뀐 종이는 또 필기감이 어색하고... 결국 새로운 변화에 적응을 못, 안 하고 바로 마음에서 접었습니다.

 

 

 

▲ 그래서 찾아본 대안은 요 제품, WINKIA 다이어리였으나,

지분테쵸란 다이어리를 이미 알고 있었지만, 국산품 애용이라는 촌스러운 관성으로 비싼 가격임에도 이 제품을 썼습니다.

이유는 유일한 선택 기준, 페이지를 펼치면 일주일 전체를 요일별로 시간을 세로로 편집해서 주간 관리가 편리한 페이지 구성에 머리가 익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양장본처럼 두꺼운 표지랑 이어진 바인딩이 구조적으로 페이지 넘김에 뒤틀림이 생기는 건 가격을 생각하면 설득당하기 어려웠습니다.

(제가 산 지분테쵸는 배송비 포함해서 위의 WINKIA프랭클린플래너 (현 LOGROG)의 딱 중간 가격에 샀습니다)

 

 

 

▲ 지속성이 중요한 이유

블로그미는 섭종했죠.

이 제품은 여전히 지분테쵸보다 꽤나 만원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는 플래너입니다.

그렇다고 품질 개선으로 좋아졌을지 모를 프랭클린 플래너는 아웃 오브 관심이라 손이 안 가서 최근 LOGROG로 이름이 바뀐 사실은 포스팅하면서 알았습니다. 으하하

 

 

 

다이어리 로직으로 로그 하는 로동을 즐기게 된 이유랄까...

 

▲ 자기개발서 성애자는 아니지만,

이 시리즈는 책 편집이 신선했습니다.

만연체 문장 5개면 졸릴 자신 충만한 아해라 단문 위주의 텍스트에 도면으로 정리 해주는 디자인은 부족한 독해력이 상승하는 듯한 착시도 있었습니다.

오른 페이지의 내용을 왼쪽에 보기 쉽게 도식으로 정리한 덕분에 신박한 정보 정리법을 배우는 재미가 있습니다.

 

 

 

▲ 이렇게 말이죠

아머 모델링의 편집이 요약 정리가 잘 되어 보기 편하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특집기사 전달 효율을 극대화하는 레이아웃이 기존 모형 잡지 문법을 어떻게 바꾸고 발전하는지 신경 쓰면서 봅니다.

스케일 에이비에이션은 얼마나 하고 싶은 말이 많은지 편집과 사진이 좋아지면서 폰트 크기마저 작아지는 부작용이...

 

 

 

▲ 요 페이지에서 보여준 시간 관리법에 설득되어 다이어리 쓰는 습관이 자리를 잡습니다

한 페이지를 데일리로 적던 방법에서 효율적으로 일정 관리하는 틀을 배웠으면 바로 실행에 옮길 필요가 있습니다.

시중에 파는 주간 관리 다이어리는 프랭클린 플래너만 있었고요.

미래에 대기하고 있을 실망을 어찌 알겠습니까.

 

 

 

▲ 쟈쟝~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프랭클린 다이어리는 색 볼펜만 넣은 '3 in 1'을 쓰다가 '4 in 1'으로 환승, 지분테쵸 초기에 리필 샤프를 더한 '5 in 1'으로 갈아탔다가 펜 홀더가 터지는 바람에 다시 '4 in 1'으로 되돌아옵니다.

사진의 필기는 아마도 '콜레토'였을 겁니다.

 

 

 

다이어리 소개를 머뭇거린 이유는

 

▲ 에잇

뭐 그냥 독도입니다.

제조사 의도는 알겠지만, 바다 건너 사람이 만든 제품이라... 그래도 굳이 이런 제품을 써야겠냐고 한다면 자주 꺼내 보는 일기장을 고르는 기준이 확고한지라 대안이 없어서 말이죠.

애들도 본인 이야기가 담겨있어 즐겨보는 터라 위의 표지에 가루가 떨어지고 손에 묻는 다이어리는 정말 최악입니다.

국악이나 가요만 들을 수 없는 세상에서 맘 편히 독도라고 선언하고 스트레스는 피하고 쓰렵니다.

 

 

 


 

 

 

초딩 1학년 때 50원 주고 NY 문방구(뉴욕 문방구 아닙니다 ㅋㅋㅋ)에서 산 내 인생 첫 수첩 표지는 하늘색을 배경으로 울트라맨이 말없이 표지를 지키고 있었고, 쓴 내용을 지우개로 지우면서 쓰면 만년은 쓸 수 있겠다 싶었던 기억도 납니다.

평소에 쓰던 학용품과는 결이 달랐던 아트박스의 등장과 모닝글로리 피터래빗 노트 출현에 디자인이란 개념은 몰랐어도 그 세련됨을 지배하는 무언의 법칙을 막연하게 동경했습니다.

품질만으론 양지사에서 나온 노트가 제일 좋았고 성인이 되고 믿고 쓰던 PD수첩을 다시 꺼내보니 주간 관리식 다이어리를 양지사가 만들어만 주신다면야, '바로 갈아탈 준비는 되어있다니까요!' 으하하

 

 

 


 

 

 

이분 따님은 천년여왕의 'Angel Queen'을 부른 '데라 세다카 Dara Sedaka' 입니다

♬ Neil Sedaka - Calendar Girl (1959)

 

 

 

아빠 혼자 외롭지 마시라고 따님, 소환합니다

♬ Kitaro & Dara Sedaka - Angel Queen (1982)

 

 

 

키타로 하면 또 "티키타카" 실키(크)로드라...

♬ Kitaro - Silk Road (1981)

 

 

 


 

 

 

기록될 가치는 종이를 가리지 않습니다, 만

 

▲ 다이어리에 업무 내용보다 점점 일상이 잠식합니다

따로 일기를 쓰다가 그냥 다이어리 한 권으로 뭉칩니다.

업무 내용은 짧은 키워드나 기호로 치환하면서 늘어난 여백에 아이들의 일상을 어딘가 기록해야한다는 본능이 충실해진 결과입니다.

덕분에 그네를 처음 탄 날과 그날의 대사를 이렇게 박제해 놓고 기억을 복습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다이어리가 가리키는 날짜가 그네를 타는 동영상이 담긴 폴더 이름일 확률 99.888%입니다 ㅋ)

 

 

 

그래도 미리 알고 고를 수 있다면 기왕이면 좋은 게 좋더라고요

 

▲ 마트에서 대나무 발 사이에 무엇을 봤는지 이런 대사를 남겼네요

'젤다의 전설'에 빠진 아이에게,

"또 오락해?"

라고 묻자,

"아빠, 난 지금 새로운 여행을 떠나는 거야."

...

"오오오"

 

생각나서 꺼내보려니 살짝 건드려도 손에 가루가 묻고 아주 그냥 짜증이 밀려옵니다.

그래도 소중한 기억을 떠올리면서 읽다 보면 버릴 수 없는 이유는 명확해지죠.

2013년으로 돌아간다면 지분테쵸를 고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