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가물가물한 1980년대 중반, 무려 소년 잡지에 번역본이 실린 적이 있는 만화입니다.
'Peter, Ida und Minimum 페터, 이다 운트 미니뭄 (1977)'
영어는 아니지만 Baby란 단어도 보이고 표지 그림을 보면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죠.
혹시 사고 싶으신 분들은 전 세계 무료 배송이라 좋았던 Book Depository가 문을 닫았으니, 지금은 직구보다 이미 전산에 등록되어 있는 우리나라 대형 서점에서 주문하시는 게 맘 편할 겁니다.
'생명의 신비', '끝없는 우주'같은 다큐 프로그램에 찰떡같이 어울리는 멋진 연주곡입니다.
잘생긴 장미 꼬츠 미남, '장미셸 자르 Jean-Michel Jarre' 삼촌 음악은 지금 들어도 세련돼서 자주 찾아 듣습니다.
20세기 방송국에 자주 쓰는 브금 리스트가 있었다면 무조건 탑 5 안에 계셨을 겁니다.
독일 유학이 많았던 시기 누군가 이 책을 가지고 들어와 사명감(?)으로 소개했을지 모르겠습니다.
돈 벌려고 했으면 단행본으로 냈겠죠?
(당시 독일 만화라는 소개를 기억하고 있어서 '독일' 키워드 덕분에 찾는 게 좀 더 쉬웠습니다)
희미함과 또렷함 사이의, 플라즈마처럼 제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어서 설명하기도 애매한 기억의 형태를 모두 끄집어내 보아도 누락 없이 다 기억나는 장면들이라 신기합니다.
자상한 아빠는 감정 기복이 불안정할 엄마도 달래주고 집안일도 웃으며 거들어주는 마치 저를 보는 거 같이 서위트한 사위입니다.
그런데 저 달력, 일주일을 세로 여섯 열로 나눈 디자인이 특이합니다.
우하향 대각선으로 흐르는 빨간색 일요일 날짜를 보면 1977년 8월 달력은 맞습니다.
신뢰도 떨어지는 제 기억에는 가끔 영미권 이외의 TV 시리즈물을 재밌게 봤습니다.
외국어 능력은 제로 영역에서 놀던 때라 알아들었을 리 없어도 그 당시 공중파는 다 '떠빙'이 치트 키 아녔겠습니까?!!
프로그램 시작, 혹은 끝날 때 우리말 자막으로 친절하게 국적을 알려 주기도 했고 화면 속 소품으로 유추하기도 했는데요, 그중 제목은 기억에 없지만 즐겨 보던 독일의 청소년 가족 드라마에서 전쟁이 가르쳐줬을 통조림류의 비상식량을 지하실에 가득 채워 넣은 설정이나, 아이들 방 벽에 꽤나 파격적인 포즈의 남녀 모델 포스터가 걸려있어서 순간을 놓칠세라 뚫어져라 쳐다보곤 했습니다. 크하하
(아인슈타인 박사의 그 유명한 메롱 샷도 이 제목도 모르는 드라마에서 처음 봤습니다)
책이 솔직한 편이라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거듭 1980년대에 가감 없이 올림픽 꿈나무 세대에게 소개하신 기획자분께 감사한 마음이 들 정도입니다.
생명의 신비 같은 공중파 다큐 프로그램도 표현에 한계가 있던 시절이었죠.
대략 40년 전 우리나라 아동용 잡지에 소개했던 만화임에도 개인의 불편함은 타인에게도 동일하다며 '개인도주의적' 실천에 머뭇거림이 없는 분이 있을 거라는 확신은 신경 쓰이는 컷을 프레임 밖으로 내보내고, 그림이지만 신체 노출을 가리게 됩니다.
포스팅하던 중 유튜브에서 이슈몰이했던 모유 수유 관련 영상을 소환하는 키워드가 생각나면서 힘이 났습니다. 왜?
만화 속 아빠는 작가 본인이 모델인지 그림도 참 잘 그립니다.
(아빠가 그림으로 설명한 오른쪽 아래에 뭔지 모를 뭔가가 짤렸쥬? 불편하신 분들 신고당하면 번거로워진다고욥)
욕실가족탕은 탄생의 신비를 가르치기에 최적의 장소이긴 합니다.
아빠의 친절한 설명은 만렙을 찍고 있고요.
일본 만화에 길들었을 땐 유럽이나 미국 만화가 지루했는데 지금은 이런 스타일의 만화도 보기 편합니다.
언젠가 알아야 하는 지식이나 접해야 할 상황을 준비할 최적의 시기가 따로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고민하기 전에 나 자신을 돌아보면 답이 나올 거라 생각했습니다.
알아야 할 주체에서 어느새 알려줘야 하는 주변 사람임을 깨닫고 어딘가 살짝 막연했 때 이야깁니다.
그래서 떠올린 초꼬마 때 재밌게 봤던 기억을 애써 찾아봤고, 옛 소년지에 실렸다는 정보를 기록한 인터넷 자료도 정식 출간한 번역본도 없어 아쉽지만, 세월과 언어를 초월하는 작가의 정보 전달력에 한 세대 식구가 늘어난 온 가족이 보는 책이 되었습니다.
(아마도 그 '80년대 소년지는 '학생과학'일 가능성이 크고, 국내 서점에 원서가 표지 이미지 포함해서 전산 등록 되어있는 걸 보면 수요가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갑자기 동생 기저귀 갈아주던 기억이...
신기한 유리병에 들어있는 서양 애기가 그려져 있던 거버 이유식을 간(肝)인 줄 모르고 퍼먹었다 죽는 거 아닌가 싶은 맛에 놀랐던 일도 있었고요. ㅋㅋㅋ
(동생아, 난 이런 거 구경도 못해봤단 말이닷!)
앞으로 저희 집 두 아이가 어떤 질문과 답을 찾을지 옆에서 잘 지켜봐야겠습니다.
빵을 나눠 먹어도 둘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보다 셋이라 좀 더 머릴 써야 하는 환경이 낫지 않을까 싶었던 아이 셋, 5인 가족은 이미 미션 임파서블이 되었습니다.
대신 제가 철이 안 드는 상태로 편입을... ㅋㅋㅋ
그나저나 저 옆드려서 얼굴 벌겋게 힘주어 우는 아기 특징을 기가 막히게 잘 잡았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아버지 세대는 어떻게 교육을 받았을지 궁금했습니다.
다 알 수는 없어도 덴마크의 'The Birth (1981)'란 영상은 '생명의 시'라는 제목으로 무려 우리나라 극장에서 상영한 기록은 있습니다.
궁금하시면 찾아보심도 좋을 거 같고 투자한 시간에 대해선 책임 지기 어렵겠습니다요.
뮤직 비디오 최종 진화형이랄 수 있는 이 영상은 한 번 보고 나면 이전과 이후로 나뉘며 나의 INNOCENT 어디 감? 이 되죠
이 뮤직비디오는 파워 툴 카탈로그 편집 영상입니다.
사진 색 보정, 모델 코디에서 시작해서 레이아웃, 영상과 소리 사이의 싱크, 칼라, 비율, 대조, 폰트 등 편집과 영상의 기본을 꾹꾹 눌러 담은 교육 동영상이라고욥.
모형계는 이 영상을 보고 반성 좀 해야 합니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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