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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블완2024

[Day 6] 월간 뉴타입, 취미의 최종 진화형으로 가는 길목 - 21 Shades of My Faves

by VM 2024. 11. 13.

▲ 내 돈 내 산 첫 일본 잡지, 뉴타입 1990년 9월호는 410엔입니다

어머니 따라 일본 수입 서점에서 자연스럽게 일본 책을 접했다는 친구에게 좌표 정보를 얻고 용기를 내었습니다.

정확하게 얼마였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정신 못 차릴 정도로 책값이 비싸다는 느낌은 아녔고요.

체감상 참고서 한 권 가격 정도였는데 문제는 이걸 좋게 보는 가족은 동생밖에 없었다는 거 정도?

 

 

 

▲ 가슴이 웅장해지는 잡지만을 위해 그렸을 셀화입니다

당시 서브컬쳐 잡지에 실리던 셀화는 애니메이션에 쓰이지 않은 따로 발주 받고 그리는 그림이 많았고 원작이 그리는 세계관과 설정의 연장선에 놓인 그림이라 멋짐이 뿜뿜합니다.

마크로스식 이타노 서커스 수중 버전은 무리일까요?

MBC에서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를 방영하면서 '은하철도 999' 이후 애들 만화영화에 성인이 빠졌다는 사연을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같은 시대를 살았던 음악입니다

♬ FLIPPER'S GUITAR - CAMERA! CAMERA! CAMERA! (1990.9)

샬라라 음악 특유의 샬라라함을 좋아했습니다.

(요론 느낌 좋아하시면 이듬해, 1991년에 나온 앨범, Doctor Head’s World Tower도 좋습니다)

'시간 탐험대'의 샬라라 공주가 음악을 했으면 아마 비슷한 분위기가 아녔을까 싶고요.

램프의 바바가 뮤지션이라면 밝고 유쾌한 노랠 짧고 굵게 만들었을 겁니다.

 

 

 

▲ 그렇다면 위 노틸러스호의 '컨트롤 룸'을 그린 작가가 누굴까요? 펜 서비스 차원에서 트리밍 없이 풀로 올렸고요 ㅎㅎㅎ

건프라를 가지고 포징하면서 노는 즐거움을 하사하신 데칼 성애사마 '카토키 하지메 カトキ ハジメ'선생님 그림입니다.

'건담 센티넬'이나 'MS 소녀'에서 확인했지만 인물도 잘 그리신다니깐요.

갑자기 '레오나르도 다빈치''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가 모에화를 그리면 어떤 해석이 나올지 궁금해집니다.

 

 

 

▲ 쿠사나기 모토코, 아니아니 '쿠사나기 타쿠히토 草薙 琢仁' 작가의 농후한 색칠이 멋집니다

이분 만화는 스크린 톤 없이 날카로운 선으로 빛을 조각하는 느낌 특유의 터치를 좋아했습니다.

청 6호에서 캐릭터와 메카닉을 넘나드는 필력에 반했고요.

잠깐 '무라타 렌지 村田 蓮爾' 선생이랑 혼동하기도 했습니다.

 

 

 

▲ 토미노옹에게 버림받았다는(?) 아픈 발가락(???) '가이아 기어 gaia gear'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면 접근성 좋은 타이틀이 되었을 텐데 이런저런 어른의 사정으로 단행본은 재발매도 없어서 거의 희귀본이 되어 제작자의 손을 떠나 팬들의 것으로 최종 진화합니다.

내용은 전혀 모르고 건담의 연장선임을 이니셜 GG로 힘을 주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읽을 줄도 모르면서 산 책, 그림은 광고에 실린 썸네일도 귀했던 그냥 좋아하는 거 모아놓은 종합 선물 세트 같은 책이었습니다.

 

 

 

▲ 이런 콘텐츠가 의외로 사전을 찾게 만듭니다

자발적 외국어 공부에 실용적이고 짧은 글은 흡수도 빠르더라는 깨달음을 얻죠.

학교 수업 이외에 뭔가를 좋아할 여유는 시간이 아니라 내 안에서 내 의지로 하는 게 제일 좋더라는 겁니다.

개인 고유의 캐릭터가 외부 요인으로 방해를 받을 때 조심스럽게 불행이라는 단어를 써도 될 거 같고요.

 

 

 

▲ 동생이랑 즐겨 보던 란마 1/2 TV 방영 시간표입니다

다음 에피소드 내용 미리 알 수 있다는 특권은 어린 나이에 일본어 공부의 필요성을 자발적으로 느끼고 실천하는 동기부여로 충분했습니다.

그렇다고 이 책을 샀을 때 바로 일본어 공부했다는 건 아니고요 크하하

이후 뉴타입은 일곱 권 정도 더 샀고 프라모델에 집중하자는 결심으로 긴축 예산안에서 하비재팬이랑 모델 그래픽스만 모으기로 합니다.

 

 

 

▲ 으아아... HR 기거 풍의 단행본 표지 그림은 9월호 부록 브로마이드로 들어있습니다!!!

만화가인지 화가인지 경계가 모호해 보였던 일러스트입니다.

당시 모형 잡지에 각종 게라지 키트 특집은 빠지지 않는 단골 아이템이었고 FSS만 특집으로 다룰 정도로 GK Garage Kit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작가 본인부터 모델러라 모델러적 사고에 빠삭했고 손으로 만드는 장인 정신을 디자인에 담은 분이라 의도적으로 인젝션 키트보다 GK를 선호하는 당의성에 대해서는 하루 종일 떠들 수 있어 보이는 '나가노 마모루 永野 護' 선생의 세계관은 한 개인이 시장에 끼치는 영향력의 크기를 가늠하는 흔치 않은 사례를 보여줬고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 스크린 톤 깎기의 끝장을 보여주신 '아사미야 키아 麻宮 騎亜'

'블레이드 런너'의 스피너 디자인을 하비재팬에 실린 '사일런트 뫼비우스'로 예습한 덕분에 잠깐 혼동했습니다.

누군가 가르쳐 줄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의도치 않게 학교에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친구도 적었고요.

알아서 자료를 찾는 기회보다 우연히 툭 떨어지는 정보를 모아서 소비했던 환경이 만든 선후 관계 오류였습니다.

 

 

 

▲ 마크로스의 그 그림체네?!

뉴타입에 실린 '마리오네트 제너레이션'을 접하고 마크로스의 그녀를 그린 작가가 '미키모토 하루히코 美樹本 晴彦(미수본 청언)'임을 알게 되는 과정에서 정리 안된 인풋 정보를 조금씩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당연히 그린 사람이 있을 거고 만든 스텝이 있을진데 해적판이나 TV에서는 주변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만화 보는 게 눈치 보이던 시절, 창작자가 누구인지 관련 상품이 어떻게 개발되고 유통되어 산업으로 커나가는 지, 그 의미를 학교 선생님께서 알려 주실 리 없었고 심지어 만화책을 학교에 가지고 왔다는 이유로 구타를 일삼는 그런 세상이이었습니다.

 

 

 

▲ '가이아 기어'의 캐릭터는 '키타즈메 히로유키 北爪宏幸' 작가가 그렸습니다

역시는 역시입니다.

당시 기준 2년 전 '역습의 샤아'에서 여전한 필력을 확인 할 수 있던 전성기 시절의 그림이 아닐까 하고요.

다시 한번 '가이아 기어 gaia gear'가 아깝습니다.

(내용도 모르면서? ... 저는 그림만 봐서 별 타격이 없...)

 

 

 

▲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신기했던 시절입니다

중딩 시절, 늦은 밤에서 새벽 사이 AM 주파수에 잡히는 해적 전파(?)로 일본 라디오 방송을 즐겨 들으면서 귀동냥한 게 자산(?)이 됩니다.

그때 들었던 방송이나 노래를 유튜브에서 채굴할 수 있는 덕분에 한가로운 주말에 할 일 없어 심심할 일 없다는 거죠.

이렇게 잡지라도 가지고 있으면 검색할 핵심 키워드를 확보했으니 옛 자료 찾는 즐거움이 보장된 보람을 보상받습니다.

 

 

 

그래서 찾았습니다

♬ ribbon - あのコによろしく (1990)

풋풋한 이미지의 세 누님(진짜임)의 모습은 뉴타입에 실린 사진하고는 살짝 다릅니다.

역시 사진의 스틸이미지랑 동영상 사이에는 일종의 위상차가 있어보입니다.

포샵의 시대로 사기가 만연했다기에는 원래 사진이랑 영상이 담는 이미지 사이에 차이는 필연이라 사진 보정이 억울한 측면도 있겠다 싶은 거죠.

 

 

 

▲ 뉴타입에 연재 중인 '가이아 기어' 단행본 3권 표지로 쓰인 일러스트입니다

'가이아 기어 gaia gear'의 메카닉 디자이너 '이토우 마모루 伊東 守'작가가 그리는 마커 테크닉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잡지에도 원고를 기고하던 작가는 어느 시점부터 완전 디지털 작업으로 환경을 바꾸고 가지고 있는 수작업 도구는 다 처분했다고 하죠.

How To Art는 제가 뉴타입을 사보게 된 가장 큰 지분을 가진 시리즈 기사로 나중에 단행본이 나왔습니다.

 

 

 

▲ 이 컷을 실을까 말까, 달릴까 말까 한참 고민했습니다

오늘의 작심 삼주 오블완 미션 마감을 못 지킬 뻔한 컷인데 일단 실었쥬?!!

이 블로그는 제 추억을 기반으로 한 기록이 목적이라 애들이 봐도 감출 필요를 못 느끼는 포스팅이고 이 그림 앞에 당당합니다.

처음 봤을 때 기억이 소중해서 남겨봅니다.

 

 

 

▲ 건프라의 힘은 여전했습니다

지금 회사를 경영하고 기획하시는 분들이 저 당시로 간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조금은 궁금했습니다.

아카데미 건프라가 그렇게 나쁘지 않았거든요.

반다이 키트가 처음부터 지금처럼 딱 들어맞는 조립성에 모델러 친화적인 건 아녔기에 비 전문가 관점에서 느낀 기술력 차이가 작아 보였던 저 시절에 안주했을 안이함이 아쉽기는 합니다.

 

 

 

월간 우뢰매 이후 11년, 월간 뉴타입 '한글판'의 나왔을 때만 해도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시장 분위기가 뭔가 바뀌려나 싶었으나 결과적으로는 폐간했습니다.

하비재팬 한글판 역시 시대를 반영한 이북e-book으로 출간했지만, 길게 못 간 걸 보면 실무를 경험하지 않고 짧은 독자적 갬성 시점만으로 잡지라는 매체가 자리 잡기 힘든 이유를 허투루 단정하기에는 주저하게 되고요.

결과론적으로 사업 지속성 여부야 50/50인지라 가끔은 백과사전식 단행본도 좋지만 스쳐 지나가는 특정 분야의 성장과 순간을 시간순으로 담는 정기 간행물이 하나둘 없어지는 흐름을 개인의 힘으로 바꾸긴 어려운 현실에 긴 생명력으로 잡지 발행을 지금도 유지하는 분들이 되었건 서비스를 종료한 과거형이 되었건 간에 취미생활을 넓은 시야로 볼 수 있게 해준 모든 것들에 국적을 초월해서 고맙게 느껴지는 가을밤입니다.

 

 

 


 

 

 

오늘의 뜬금 없는 선곡은...

♬ 미나미 요시타카 南 佳孝 - 먼로 워크 モンロー・ウォーク (1979)

영상 편집이 너무 좋습니다.

감정선 없이 건조하게 걷는 CG가 노래와 충돌하는 신선함이 익숙해지는 과정은 좋아하는 취미생활이 제게 던지는 과제를 해결하고 즐기면서 진화하는 성장 동력이랑 비슷하고요.

살면서 겪는 의외성이 알고 보니 기획된 거라면 그것마저 궁금해지는 게 호기심 아니겠습니까.

 



우리에게 피프티 피프티가 있다면,

♬ 나카야마 미호 中山 美穂 - 50/50 (1987)

풋풋한 10대 시절에 오겡끼 피프티, 50/50를 불려주신 '나카야마 미호中山 美穂 '누님이 계셨습니다.

정밀한 확률 게임 같은 삶 속에서 할까 말까 선택하느라 가/부 사이에 고민한 시간을 I/O 신호로 치환한 2진수로 본다면 결국 50/50 세계 안에서 사는 기분이고요.

젊음이 최고의 스펙이라 생각했는데 요즘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은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