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구

[샤프 리뷰] 손이편한 파이롯트 닥터그립 풀블랙 - feat. 호소다 마모루

by VM 2021. 5. 12.

▲ 오늘의 영업 사원! 응?

 

 

 

파이롯트 닥터그립 풀블랙

 

ドクターグリップ フルブラック | 製品情報 | PILOT

黒いボディの大人のドクターグリップ【シャープペンシル】

www.pilot.co.jp

제품명 : 닥터 그립 풀 블랙

품번 : HDGFB-80R

방식 : 노크식 & 흔들식 (Knock, Shake)

가격 : JPY 800 (VAT 별도)

길이 : 14.2cm

최대 직경 : 1.42cm (아래 사진에 무게 중심에 가까운, 그립과 배럴이 만나는 링 부분 / 클립 제외)

그립 직경 : 1.17cm (손잡이에서 제일 잘록한 곳)

무게 : 20.3g (심 없는 순중량)

중심위치 : 45.8% (심 나오는 곳 기준 백분율, 실리콘 그립 맨 위)

심 배출 길이 : 약 0.71mm/노크, 약 1.25mm/흔들 (슬리브 안 고무링의 컨디션이나 관성에 영향받는 듯.)

심 배출 : 6번 노크 (샤프심이 나와서 필기 가능한 노크 횟수)

출시 연도 : 2009년 (이 제품과는 별개로 닥터 그립 시리즈는 1991년 볼펜, 1992년 출시된 샤프가 첫 모델)

 

 

 

▲ 문구류 첫 리뷰는!

빠이롯드, 닥터 마ㅌ... 아니 닥터 그립!

샤프다.

리뷰하느라 검색해 봤더니 우리가 아는 비행기 조종사가 아닌 배 파일럿 (Marine Pilot)이라고 하는데, 오!~~~ 몰랐던 사실에 더해서 망망대해를 크루즈 하듯 필기하는 도구라니, 뭔가 낭만적이기도 하다.

(feat. 천사들의 합창 라우라)

 

포장이 PET 블리스터이긴 하지만 색상 옵션을 알려주는 저 파란색 스티커만 뜯으면 스트레스 없이 잘 열린다.

 

 

 

▲ 두 개 씩 사는 버릇은 안주인님이 계셔서... 깜빡하고 2년 넘게 하나만 포장된 채로 보관 중이라 패키지 리뷰도 가능했다.

컴퓨터 주변 용품이나 가위 같은 사무용품의 포장에 자주 쓰이는 PET 블리스터 포장에 짜증 나서 검색해본 적이 있는데 이런 불만을 지칭하는 'Wrap Rage'란 표현도 있는 걸 보고 이 웅장한 글로벌 연대에 나의 마음도 한 배에 실었다.

가위를 샀는데 포장을 뜯기 위해 가위를 쓰다가 손을 다친다던지 한다는 것.

(비슷한 예로 중학생 때 무려 빳빳한 비닐 같은 재질의 반창고에 손을 베인 어처구니없는 기억이 있다.)

 

 

 

0.5mm 심을 실제로 재보면 0.5mm가 아니다!!!

▲ 고깔 모양 펜 팁이랑 손잡이 그립의 굴곡은 옛날에 잠깐 써본 와콤 태블릿용 펜마우스 같다.

결론부터 말하면 국제표준(ISO)상 0.5mm 사프 심의 굵기는 0.55~0.58mm이다.

실측해보면 0.57mm 전후인데, 나라별 표준규격이 나오기 전부터 0.5mm 샤프로 유통하던 게 그냥 쓰이다 굳어진 것.

 

제도용 펜의 경우 도면이 최우선이라서 도면 용지에 그려진 선의 굵기를 제품 스펙으로 표기하던 게 샤프도 필기된 선의 폭을 샤프심 굵기로 했다는 썰도 있다.

볼펜은 선 굵기가 아닌 쇠구슬 직경이 스펙이라는데... 시험에도 안 나오고 먹고사는데 몰라도 된다.

 

 

 

▲ 인간공학? 우리는 인체공학이라고 많이 쓰는데...

제품 이름이 왜 Dr. Grip이겠는가?

오래 써도 손이 편하니까!

쎈 필압으로 오랜 시간 필기하는 은행원이나 사무직 종사자를 타깃으로 1990년에 개발하기 시작해서 다음 해 1991년에 유성 볼펜이 탄생하고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 바로 실리콘 손잡이를 탑재한 닥터 그립이다.

 

진화를 거듭한 정점에서 블랙 바디와 간지 나는 금속 클립으로 성인시장을 공략하자! (약간 뇌피셜)

해서 탄생한 제품이 풀 블랙 재킷 이다.

(성인 시장 공략이 아니라면 옵션 색상에 '레드' 대신 왜 굳이 '보르도'를 썼겠는가?)

 

(그래서) 가격은 부가세 별도 800엔.

2019년 4월 말에 샀으니까 출시했던 2009년으로부터 10년이나 지나서 산 샘이다.

마스크 시대 이전에 산 물건이다.

 

제조사가 내세우는 3가지 특장점이란,

  1. 튼튼한 메탈 클립
  2. 이중 구조(손잡이의 실리콘 고무가 두 개 입니다)로 된 촉감 좋은 그립
  3. 흔들 샤프 기능도 탑재 (노크식은 기본)

클립이 뭐라고 제품 특징으로 따로 적었나 싶었는데 처음에는 클립 없는 모델로 시작해서, 플라스틱 클립이 추가된 제품을 거쳐 성인 시장 공략을 위해 메탈로 업그레이드한 모델이 지금 리뷰 중인 풀 블랙이라 나름 의미는 있다고 하겠다.

(샤프 클립도 3단 변신하는 포켓몬 나라의 변증법적 정반합 제품 진화, 우쭈쮸.)

 

 

 

▲ 빛을 흡수할 듯한 초강력 블랙! 이래 봬도 2년 넘게 쓴 컨디션이 이 정도다.

사진 찍으면서 눈에 띄는 제품 특징은 증말 까맣다.

Full Black이라는 수식어가 짤떡같이 어울리는 작명 센스가 돋보인다.

색상은 블랙, 실버, 보르도, 블루 이렇게 네 가지 옵션이 있고 내가 산건 파랑과 위 사진의 보르도다.

(사고 싶은 건 블랙이었는데 당시 매장에 재고가 없어서 못 삼. 지금 보면 보르도가 제일 모던해 보인다.)

 

고급스러운 무광/유광 블랙의 기본 색을 바탕으로 옵션 색상이 세 곳에 링 모양으로 요란하지 않게 들어가 있다.

메탈 클립과 크롬 폰트로 전사한 로고와의 균형도 어른스럽다.

플라스틱이었으면 촌스러웠을 클립은 주머니에 끼고 다닐 일 없는 나에겐 그냥 굴림 방지 기능일 뿐.

 

 

 

▲ 빼먹으면 어색한 무게 재기 리뷰 (20/30이라... 아... 옛날이여...)

아직 대조군이 많은 게 아니... 아니 첫 필기구 리뷰라 비교 대상이 없군.

샤프심을 뺀 순 중량은 20.3g이다.

흔들 샤프 기능을 위한 무게추 때문인지 살짝 묵직함이 느껴지는 정도.

 

 

 

▲ 중심위치를 백분율로 표기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샤프심 나오는 곳에서 6.5cm니까 전체 길이 대비 45.8% 위치가 중심. (펜 길이 14.2cm)

그럼 저중심이랄 수 있는 건가? (저중심 설계의 기준이 뭔지 모름.)

이론상으로는 중심위치가 같은 두 제품이 있더라도 질량 분표에 따른 관성 모멘트가 다르므로 필기감이 다를 수 있음은 감안해 두자.

필기구 리뷰는 앞으로 시소 놀이로 균형 잡기를... (... 하면 뭔 의미가 있을지는 두고 볼 일.)

 

 

 

 

▲ 제품 간단 얼개. 2년 조금 넘게 주력 샤프로 썼어서 심통(Shaft)이 지저분하다.

겉으로 수줍게 링 모양으로만 드러나는 옵션 색깔을 이같이 분리해서 보면 바디 안까지 심지 곧게 이어져있다.

클립이 달린 몸통은 투명한 블랙이라 안쪽 바디의 와인색이 중후하게... 는 모르겠고 광택이 촌스럽지 않고 좋다.

샤프심 통은 금속은 아니고 플라스틱으로 되어있다.

원가 절감이라고 아쉬워할 건 아니고 흔들식으로 만들려면 차선책이 없는 거!!!

(샤프심 한통을 툴툴 털어 넣을 수 있는 큰 심통Shaft을 선호하지만 제품 콘셉트를 존중하므로 불만은 없음.)

 

 

 

▲ 고깔 모양 금속팁과 심 슬리브. 겉에서 보면 일체형이지만 안에서 보면 조금 복잡하다. 플라스틱 링은 분리 가능하다.

제품의 대표 소구점이 이중으로 된 실리콘 손잡이라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점은 팁과 일체형인 심 슬리브.

샤프심 슬리브(심이 나오는 파이프)가 펜 팁이랑 일체형이면서 흔들림 없이 샤프심을 안정적으로 잘 잡아준다.

무광 처리 덕분인지 펜 끝이 크롬 크롬 한 파이프로 된 제품보다 신경도 덜 쓰인다.

템플릿Template(빵빵이)이나 자Ruler랑 쓰기 편한 제도용 샤프가 아니므로 고깔 모양 슬리브가 오히려 설득력 있는 선택!

 

 

 

▲ 일렬로 정렬하면 이렇다.

고무 손잡이가 실리콘으로 두 겹이라 뭐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신기하고 기분 좋은 그립감을 경험할 수 있다.

안쪽 실리콘이 손이 닿는 실리콘보다 더 말랑말랑하고 특히 손이 닿을 때의 촉감을 위해 신경 썼다고 한다.

기존에 나왔던, 혹은 현존하는 고무 그립 제품을 속된 표현으로 발라버리는 편안함이다.

 

 

 

▲ 지우개엔 심 빼는 핀은 안달려있다.

지우개는 따로 살 수 있고 푸시버튼Knob은 의외로 금속으로, 위에 공기 빠지는 슬릿이 두 개 있다.

두 개의 슬릿 양쪽으로 난 구멍이 수직이 아니라 수평방향이라 지우개가 없어도 샤프심이 빠질 일이 없다.

노브Knob의 매트한 마감과 질감에 설마 플라스틱인가 싶었지만 워낙 얇고 빛 투과가 안 되는 걸로 보아 금속이 맞다.

 

 

 

▲ 흔들샤프의 핵심 부품.

그러니까 3.6g의 무게추를 흔들면서 생기는 운동 에너지의... 어쩌고 저쩌고

무게추 파이프를 의미 없이 계근해 봤다.

모형 리뷰 때 쓰는 주방용 저울은 소수점 이하가 안 나와서 레진 공예에 빠지신 따님 저울 빌려옴.

 

 

 

Dr. 가 붙으니까 왠지 신뢰가...

닥터그립 개발 비화

 

ウド・エルゴ研究所|Dr.Grip(ドクター・グリップ)開発秘話

1991年にDr.Gripが発売されると当初1年間で30万本の予想が、100万本も売れ、大きな反響を呼びました。書字や複写伝票の多い事務員、贈答品売り場、医師、受験生などに多くの支持を得ました

udoergo.jp

클립 없이 출시한 초기 모델(볼펜, 샤프)을 보면 클립이 그립감을 해치는 요소로 고민한 듯한 흔적이 보인다.

(출시 전 프로토 타입에는 클립이 있는 샘플도 있었다.)

민짜 제품이 많이들 굴러다녀서였는지 배럴 상단에 굴림 방지 스톱퍼를 단 제품도 있는 걸 보면 '제품의 역사 = 개발자의 고민 흔적'임에 공감하게 된다.

클립 대신 굴림 방지턱이 달린 제품은 CL(Clipless) 라인업으로 여전히 판매 중이다.

 

필기에 집착한 극한의 콘셉트 때문인지 특히 이 풀 블랙의 디자인은 흡사 카시오의 지샥(G-Shock)을 보는 거 같다.

군더더기 없고 둥글둥글한 미국 디자인 같기도 하고.

필기구 중에서는 파커 만년필이 생각나는 디자인이다. 

 

일반적으로 샤프 포함 필기도구의 손잡이 소재를 크게 나눠보면,

  • 플라스틱 : 가장 일반적, 표면 가공이나 굴곡으로 그립감 조절
  • 금속 : 주로 표면을 로렛 가공(ローレット加工 = 널링 Knurling)을 해서 미끄러짐 방지
  • 실리콘 고무 : 민짜, 굴곡, 표면가공 등 다양하고 일부 제품은 오래 쓰면 찐득거리기도 함
  • 나무 : 고급 제품용으로 배럴까지 나무를 쓴 제품도 있다
  • 하이브리드 : 소재 및 가공방법 혼용, 금속 손잡이 사이로 나온 고무 돌기나 일반 바디에 고무링으로 미끄럼 방지

등으로 구분할 수 있겠다.

 

오래전에 그립감이 좋아 샀던 실리콘 손잡이 샤프 중에 먼지가 많이 들러붙고 심지어 끈적거려서 도저히 손에 쥐고 싶지 않은 제품이 있었다.

(얼룩말이라고 난 말 못 해~~~)

다시는 실리콘 손잡이는 안 사겠다고 다짐했을 정도.

 

그럼에도 이 제품을 산 이유는 바로 호소다 마모루 감독 때문이다. (응?)

 

 

 

잠깐 책 구경 좀 하자면...

▲ 종종 먹먹한 장면도 있지만 이 셋이 이렇게 행복하기만을 바람.

눈밭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웃는 하나(花꽃/엄마), 유키(雪/딸) 그리고 아메(雨/아들).

(남편)와 사고로 헤어진 날 비가 왔어서 아메(雨/)가 독립하는 날 내리는 빗줄기에 잔인한 연출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눈(유키) 밭에서 뒹굴며 웃는 저 장면이 제일 행복해 보인다.

 

 

 

▲ 토토로가 생각나지만 토토로와는 다르다.

외진 곳 낡은 집으로 이사(귀농?), 한부모와의 생활(토토로는 잠깐이긴 하지만), 동생과 자연의 접점(접신?), 동네 어르신, 유키의 학교 생활과 츤데레 이성 친구 등 토토로가 떠오르는 장면이 많은 건 기분 탓.

어린 남매의 순진한 모습을 보면 살짝 반딧불의 묘도 생각나고.

 

미묘한 움직임으로 차분하지만 긴장감을 잘 표현하는 지브리 연출 중에 하나가 운전하는 씬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를테면 추억은 방울방울!!! 추격씬 말하는 거 아님), 작품 속 호소다 감독의 운전 장면 연출도 신선하다.

 

 

 

▲ 미즈사ㄹ... 미싱 사랑.

3D를 활용한 재봉틀 애니메이팅은 제법 움직임이 근사해서 평화로운 일상을 잘 보여준다.

캐드를 머리와 손에 장착했는지 콘티임에도 배경, 소품, 인물의 3점 투시가 한 공간 안에서 자연스럽다.

이 정도 경지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도가 있었을까?

 

 

 

▲ 그림인데도 참 예쁘고 착하다...

'재봉실(糸)이 대그락대그락 돌아간다. 엄마의 손을 가만히 바라보는 유키'라는 꼼꼼한 화면 지시 글이 영상과 똑같다!

망점이 좀 커 보이지만 연필 느낌은 최대한 살리고 뭉개짐 없는 인쇄가 깔끔해서 보기 좋다.

가격 문제가 있겠지만 원본 콘티랑 같은 사이즈의 판형으로 출간해도 좋을 듯하다.

참고로 국판 A5(148x210mm)이다.

종이는 약간 노란 미농 색이라 괜히 기분도 따뜻하고 눈이 편함.

 

 

 

▲ 디테일

'찻장도 테이프로 정성스럽게 보수되어있다.'라고 역시나 콘티에 적혀있음.

하나()의 손길로 헌 집이 하나씩 정돈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 중 하나.

마치 남겨진 세 식구 각자의 소원처럼 보이는 세 마리 종이학은 영상으로 보면 색종이로 접은 게 아니라 유리에 전사된 패턴으로, 실제로 유통되던 가구를 재현한 것.

 

 

 

▲ 노인Z, 아니, 츤데레 할아범!

잘 늙는 것도 복이지 싶다.

스토리 콘텐츠의 클리셰, 각 세대 별 균형을 위한 할아버지 하면 역시 카우보이 비밥의 별 셋 할아범들이 떠오른다.

안토니우 · 카를루스 · 조빙!

아, 이쪽이다.

 

 

 

▲ '미야자키'옹 콘티만큼 꼼꼼!

미야자키 무야호, 아니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콘티집이 두 권 있었는데 동생이 중고시장에 팔아서 냠냠 쩝쩝한 오래된 기억은 뒤로하고, 유키와 아메가 같이 나오는 장면은 동생 아메의 머리카락 톤이 상대적으로 옅게 되어있다.

콘티집만 따로 출간하려면 적어도 이 정도 볼거리는 있어야 가능하겠지 싶다.

 

 

 

▲ '오버 더 숄더 샷'의 교과서적인 예시.

와~~~ 역시나 머리카락 톤이 다르다.

최종 라인드로잉이 완성되면 나중에 연필로 톤 작업하지 않을까 추리해 봄.

(그리면서 톤 넣으면 연필심이 뭉개져 지저분해질 염려도 있고.)

 

허투루 그린 선도 없고 글씨도 가독성이 좋다.

하긴 잘 써야 스텝이 안 꼬이... 응?

 

 

 

실은...

▲ 감독님 덕분에 샤프가 늘었어요. (이미지 클릭: 해당 동영상 새창에서 재생)

무심코 보던 유튜브 영상에서 호소다 감독이 쓰는 샤프를 본 게 실리콘 손잡이에 대한 무지 매우 안 좋았던 경험마저 극복하고 닥터 그립을 산 이유다.

미묘한 필기감 따위 못 느끼는 막손이라 새로 사봤자 과소비지만 '그림 그리는 양에 있어서 상위 그룹에 속할 베테랑 애니메이터 출신 감독이 쓰는 샤프라면 써볼 이유가 된다!'로 과소비를 합리화해버림!

 

'그림 오래 그리기 편한 샤프니까 대가께서도 쓰시겠지!'

위 영상에 보이는 호소다 감독 콘티 작업실 책상 위에 도구는 따뜻한 색의 스탠드, 맥북, 라이트 박스, 콘티 용지, 커피(음료수), 담배, 목캔디, MONO지우개, 그리고 필기구는 닥터 그립만 쓴다.

(스탠드 고정 클램프 옆에 전동 연필깎이 같은 게 보이긴 한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는 연필로 원화 체크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콘티 작업에서 라인드로잉은 온리 닥터 그립!)

 

뜬금없는 책 소개는 닥터 그립으로 그린 유명 감독의 콘티집만큼 손에 편한 필기구를 홍보하는데 적절한 예시는 없지 않나 싶어서다.

영상 중간에 지우개 가루 치우는 솔도 없어서 두 손으로 쓸고 담아서 휴지통에 버리는 장면이 뭔가 귀엽다.

 

호소다 감독이 사이토우 유이치로우(齋藤優一郎)와 함께 설립한 스튜디오 치즈(スタジオ地図 : 지도) 홈페이지About페이지에 순환 재생되는 짧은 영상 클립에도 닥터 그립을 쓰는 모습이 나온다.

 

그렇다고 이 동영상을 보고 바로 충동구매한 건 아니고 한참 지난 어느 날 우연히 보였어서 계획대로 산거다.

호소다 감독이 쓰고 있는 건 블랙이라 왠지 같은 걸로 사고 싶었으나 위에 언급했듯이 재고가 없었던 거고.

 

 

 

▲ 그래서 필기감은 어떤데? 아, 이건 필기가 아니라 한자를 그린 수준이다. 2B 샤프심 사용.

막손이라 '샤믈리에'급 품평은 어렵지만, 그립감이 좋아서 확실히 덜 피곤하다고 말할 수 있다.

필기뿐 아니라 낙서하기 편한 샤프라 할 수 있겠다.

콘티 작업에는 심을 깎을 필요도 없고 굵기 일정한 샤프를 쓰는 게 여러모로 편해서 쓰지 싶다.

 

예전처럼 필기할 일이 많지 않은 요즘이라서 특별히 제품 리뷰를 위해 일부러 다양한 시도는 안 했다. (응... 뭐! 뭐?)

필기감은 펜 자체보다 종이나 심이 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지는 편이고 샤프심은 2B를 즐겨 쓴다.

(샤프심은 국산 외산 별 차이는 모르겠고, 낙서할 때 연필만큼은 2B나 6B가 좋음! 4B는 나랑 잘 안 맞음.)

 

우려했던 실리콘 손잡이의 내구성은 2년 지난 지금 끈적거림도 전혀 없고 처음엔 많이 묻던 먼지도 지금은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다.

일반 샤프랑 비슷하게 묻는데 색이 검으니까 눈에 띄는 느낌이랄까.

아님 내가 깔끔한 것일지도.

 

 

 

2년 넘게 잘 쓰고 있다는 이유로 여섯 글자만 '그려'보고 팬심으로 산 샤프펜 리뷰 끝.

(맘에 드는 샤프를 추천해 주셨으니 감독님의 신작 애니, 대박 기원해 드립죠! - 등가교환.)

 

 

 


 

 

꾹꾹 눌러써도 독립된 철재 샤프심 가이드가 부러짐을 방지하는 기능이 추가된 닥터. 그립 에이스란 제품도 나왔으니 지금 사고 싶으신 분들은 좀 더 선택의 폭이 넓다. (좋겠다!)

(좀 더 진중한 필기구 리뷰 감상은 이쪽에서 합시다.)

 

바디 구조상 레이어가 있어서 나만의 닥터 그립을 꾸밀 수 있는 제품도 있다.

↓↓↓닥터 그립의 역사와 다양한 제품군은 여기서↓↓↓

 

ドクターグリップシリーズ | PILOT

ドクターグリップは人間工学に基づき、無理なく握れる軸径を採用。筆記時に肩や腕にかかる筋肉の負担を軽減する筆記具です。

www.pilot.co.jp

 

 

 


 

▲ 토로히카루후루우츠 とろひかるふるうつ 이미지 클릭하면 동영상이 뜹니다.

어려워 보이는 한자 鬱(울)은 울릉도(鬱陵島) 오징어, 울분(鬱憤)을 터뜨리거나, 울적(鬱寂)할 때의 울이다.

딱 보기에도 글자가 빽빽해 보이고, 머릿속이 빽빽하면 답답하다고 해서 빽빽할/울창할/답답할 울이다.

동영상 자막이 궁하시면 여기로!

 

 

 

한 가지 더!

▲ 무게추를 빼보았다.

교실, 도서관 같은 공공장소에서 흔들 샤프를 쓰지 않는 개념인이 되기 위해 무게추를 빼고 무게를 재봤다.

추를 빼고 노크식으로 써도 겉모습은 똑같고 샤프로써 기능도 충분하다.

(노크감은 살짝 물 노크 같은데 흔들 샤프로 쓰려면 스프링 선택이 어쩔 수 없겠지.)

외관을 해치지 않는다면 흔들식 노크 잠금/풀림 기능을 그립 안에 넣거나 손잡이 노크식으로 개발해도 좋겠다.

 

 

 

▲ 무게 추를 빼면 무게 중심이 4mm정도 위로 올라간다.

위 사진처럼 제품 스펙이 인쇄된 0.5를 가로지른다.

중심위치는 샤프심 나오는 끝 기준 6.9cm. (전체 길이는 14.2cm)

백분율로 48.59% 위치니까 여전히 저중심이다.

 

 

 

▲ 의심이 많아서 다시 재봤으나 역시나! 샤프도 저울도 이상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