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텔 오렌즈 네로, 혹은 니로.
제품명 : 오렌즈네로 / ORENZNERO / オレンズネロ
품번 : PP-300X (PP3002-A 블랙 0.2 / PP3003-A 블랙 0.3)
방식 : 노크식, 자동배출식
가격 : JPY 3,000 (소비세 별도)
길이 : 14.3cm (슬리브 수납 시 14cm)
최대직경 : 0.93/0.95cm (내접원-12각 면부분/ 외접원-12각 꼭짓점)
그립직경 : 0.93/0.95cm (상동)
무게 : 16.75g (샤프심 없는 순 중량)
중심위치 : 45.45% (샤프심 나오는 곳 기준 6.5cm, 백분율로 표기)
심 배출길이 : 약 0.7mm/노크 & (자동 심 배출 -세미 오토- 방식)
심 배출 : 16번 노크 (심통 안에 새 샤프심이 나와서 필기 가능한 노크 횟수)
출시 연도 : 2017년 (2019년 구입)
고1 때 절친 현주 군(슬프게도 현주 양이 아녔습니다!ㅠ.ㅠ)의 영업에 0.3mm 샤프의 신세계를 맛본 게 샤프 만수르의 꿈을 꾸게 된 꽤나 큰 동기 중 하나였다.
그림 잘 그리려면 이게 필요하다며, L.정수(이름 맞나?)라는 친구가 그렸다는, 다분히 후지타 카즈미藤田一己 터치가 물씬 풍기는 메카-물 그림을 주면서 본인의 샤프를 체험케 해준 것.
그 황홀한 경험 직후 산 두 자루의 0.3mm 샤프(제브라, 스테들러)는 놀랍게도 아직 현역이다.
적절한 비유일지 모르지만 오렌즈의 자동 샤프심 배출의 핵심 기술은 두 가지,
- 일반적인 샤프처럼 '심 디스펜서(dispenser/clutch)'가 샤프심을 꽉 잡고 있는 게 아니라 심이 배출되는 방향으로는 항상 열려있고 반대방향으로는 잠기는 구조
- 스프링이 내장된 슬리브의 왕복운동으로 소 젖을 짜듯 심을 배출
자동배출이라는 게 심을 손으로만 당겨도 밖으로는 쭈욱 나온다.
펜 선단에 심을 보호하는 슬리브가 필기할 때 받는 필압 스트레스만큼 마치 소젖 짜듯 심을 밖으로 빼주는 것.
다만 노크로 척(샤프심 디스펜서)을 열어도 심을 안으로 넣을 수야 있지만 이 제품은 가늘디 가는 샤프심을 슬리브로 넣으면 잘 부러지니까 그냥 손으로 쭉 빼서 노브 열고 심통에 넣어주는 게 더 안전하다.
0.2mm는 심 강도를 아무리 보완해서 나왔다고 해도 여전히 가늘다 보니 노크로 심을 빼서 쓰는 것보다 제품 매뉴얼대로 자동배출로 찔끔찔끔 나오는 심을 쓰는 게 스트레스 덜 받는 사용법이다.
스테인리스 슬리브 선단이 종이에 닿는 느낌이 별로 라거나 노출된 심이 잘 보이지 않아 신경 쓰이고 선이 굵어진다는 불만이 개선됐다고는 해도 여전히 불만이 없는 건 아닌 듯하다.
다소 불친절하지만 제품 콘셉트에 익숙해지도록 사용하는 것이 샤프심이 잘 안 부러지게 잘 쓰는 최선이라 하겠다.
'펜텔'하면 옛날 마이크로에서 나온 제도 샤프가 카피한 오리지널 펜텔 제품, P-205로 머릿속에 각인되어있다.
나 튼튼해!라고 말 걸어오는 듯한 새까만 바디와 캡 안에 숨은 녹색 지우개가 주는 강렬한 인상이 꽤나 신선했고, 당시에 만연하던 국산품 장려 분위기에 편승해서 P-205 그립에 각인된 원산지 표시를 칼로 긁고 쓰는 친구들도 있었다.
나의 첫 펜텔 샤프는 그래프 PG5이고 역시 현역임.
수지(플라스틱)에 금속을 섞어서 그런지 에어소프트 건의 핸드 가드를 보는 듯한 묵직함과 마감 덕분에 뭔가 무기 같다.
Tactical Pen 같은 느낌도 있고.
세계에서 제일 가느다란 선 굵기와 필기감으로 전장에 나갈 준비하는 기분!
그립부 안쪽 전체를 원통형 철제 부품(그립부만 자석이 붙는다!)이 차지하고 있어서 심통을 받아주는 스프링을 잡아주고 샤프 선단부를 고정하는 암나사가 있다.
샤프 선단부를 자주 분리해서 좋을 건 없기에 플라스틱 배럴에 암나사 가공을 하는 것보다 내구성에는 더 좋은 선택!
마치 BB 헤비웨이트 탄처럼 플라스틱 수지에 철가루를 섞어서 건 메탈 질감을 냈다는 글도 있는데, 물리적으로 분리된 철재 부품이 정교하게 그립 안쪽에 들어있는 건 확인할 수 있다.
샤프임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orenz의 🔘와 거꾸로 읽어도 orenznero가 되는 작명 센스가 돋보인다.
12각 마감으로 좁아진 로고 넣을 자리를 커팅해서 확보한 디자인 터치도 좋다.
심 굵기를 표시하는 0.2 폰트의 높이가 12각 면의 폭이랑 같아서 일관성도 유지한다.
펜텔이 일반 필기용 0.2mm 샤프 orenz를 발매한 2014년 이후, 자동 샤프심 배출이란 기술을 0.2와 0.3mm 샤프에 세계 최초로 2017년에 도입한 게 바로 오렌즈네로!
사람들은 처음 보는 제품에 대한 무의식적 판단을 90초란 짧은 시간에 느낀 첫인상의 62~90%를 단순히 색에만 의존한다는 글이 있다.
감히 무채색 주제에 뭔가 사치스럽고, 고급지며 심지어 배운 척하는 이미지가 마케팅에서 블랙(네로)의 위치다.
우선 넉넉한 심통 크기가 마음에 든다.
샤프심 한통 다 넣을 수 있다. (야호~~~)
바디에 스프링 두 개는 하나는 노크식을 위해, 다른 하나는 필압이 가해지는 힘을 완충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샤프에 있어서 클립은 내게 늘 항상 언제나 굴림 방지 기능이라 절대 어디에 걸지 않는다.
핵심부품을 다 뜯어본 게 아니라 외부 스프링의 기능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필압으로 가해지는 힘을 완충하는 거로 보임.
샤프라는 게 가는 연필심을 외부로 배출하는 필기구 이상도 이하도 아닌데 이렇게 새로운 기능을 생각해 내고 또 상품화하는 걸 보면 우주를 품고, 새가 지저귀는 비싼 수공예 시계를 만드는 거랑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한다.
필압을 견디면서도 강도를 유지하는 심만 만든다면 0.1mm 제품도 나오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 앞으로 할 일이 많으시네요 개발자님들?!!
다네다네있다네, 이미 있다네~
오렌즈네로 0.5mm도 지난해 10월에 나왔으나 쿨하게 안 샀다.
(샤프 만수르라면서 저~~~ 언혀 안 쿨한데?!!)
자동 심 배출의 핵심 부품인 Ball Chuck을 이용한 펜텔 제품은 의외로 1985년에 개발된 코드번호 PP103/105로, 오렌즈의 코드 PP300X에서 PP를 공유한다.
코드번호 PP103/105에서 알 수 있듯이 0.3과 0.5mm 제품으로 일반 필기용 샤프는 아니고 자동 제도기, 플로터Plotter용 샤프를 36년 전에 이미 특수목적으로 상용화했다.
0.2mm랑 크게 다를 게 있겠는가?!
매뉴얼에는 심이 배출된 상태에서 써야 자동 배출된다고 하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
저 파이프(슬리브)의 운동성이 워낙 유연해서 슬리브 안 심이 있는 위치까지 훅 들어가서 쭉 당겨주는 편.
자동배출식 샤프라는 게 오렌즈가 처음은 아니고 유명한 파이롯트의 Automac, OHTO의 no-noc, 펜텔의 Technomatic, 파버카스텔의 TK 매틱 등에서도 사용된 메커니즘으로, 0.2와 0.3mm 일반용 샤프에 세계 최초로 적용한 제품이 바로 이 오렌즈네로다.
캡을 꼬옥 누른 상태로 샤프심 슬리브 선단을 딱딱한 곳에 누르고 노브를 놔주면 수납된 상태로 고정된다.
고로 안 쓸 때는 이렇게 스테인리스 슬리브를 선단 안에 수납하는 습관을 추천한다.
프린트보다 역시 각인이 뭔가 있어 보인다.
지워질 일도 없고.
(상감기법으로 색을 넣어볼까?)
펜텔 샤프 개발 관련 간략한 원-페이지 역사 만화!
창업주 호리에 유키오(堀江幸夫 / ほりえ・ゆきお)가 1960년에 합성수지를 이용한 잘 부러지지 않는 0.9mm '하이폴리머심'을 만들고 이 심을 쓸 수 있는 샤프펜 개발을 시작해서 지금 우리가 쓰는 노크식 샤프를 만든 회사가 바로 펜텔이다.
샤프 제조에 있어서 비교적 후발주자였지만 노크식 메커니즘에 부합하는 3 점식 척(Collet Chuck 형태의 샤프심 Dispenser)을 사용했다거나 심통을 크게 만들고 커진 구경만큼 작은 지우개를 넣는 편의성 추가, 주삿바늘을 응용한 스테인리스 슬리브 채용 등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샤프 디자인 문법을 만들었다는 내용을 잘 정리한 만화다.
뭔가 이유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기획하신 분은 알고 계시려나?
배럴의 마감이나 필기감 호불호 관련 후기글들이 좀 보이는데 나랑은 상관없이 잘 쓰고 있다.
닥터그립이랑 같이 주력 샤프로 불만 없이 여전히 같이 하고 있음.
'0.3'의 폰트 높이랑 각진 면 폭이랑 같다.
최근에 새로 나왔다는 0.5mm 샤프는 저 숫자 부분이 더 밝아 보이는 흰색으로 보이는데 실물 영접은 못해서뤼...
0.5mm 굵기는 굳이 샤프심을 자동배출하지 않아도, 노크식 만으로도 충분히 샤프심 강도가 보장되니까 따로 장만할 필요를 못 느낀다.
클리너 빼고 지우개 더 넣어준 만큼만 더 무겁겠다.
심통이 철제가 좋을지 이런 수지제가 나은 건지는 모르겠다.
불만은 없다.
다시 봐도 그립과 배럴이 일체형이라 튼튼해 보임.
스프링이 한쪽은 벌겋고 하나는 노랗고.
선단과는 다르게 구분자가 있다.
평소에 쓰는 샤프와는 사뭇 다른, 뭔가 핵심 기술이 집약되어 있는 듯한 원통형 구조 안에 클러치가 닫힌 상태에도 사프심이 한 방향으로만 나오게끔 하는 Ball Chuck이라는 부품이 들어있단다.
사진에 담지 못했지만 금속으로 된 척(클러치, 심을 배출하고 잡아주는 부품)은 일반적인 3점 식이 아닌 2 점식이며 노크를 해도 1mm 미만이 노출될 뿐이라 뭔가 내구성이 좋아보인다.
맨눈으로도 구분 가능할 정도로 구경이 다르다.
샤프심을 보호하는 슬리브(스테인리스 파이프)는 옛날 제도할 때 쓰던 T자의 두께가 4mm여서 무언의 스탠더드 사이즈처럼 대부분의 제도 샤프의 슬리브가 4mm지만 오렌즈네로는 3mm다.
덕분에 안 그래도 가늘디 가는 심 부러짐을 방지하고 보호하는 덴 더 유리하다.
그립부에 있는 9개의 돌기 중 맨 가운데 정도가 무게 중심위치다.
느낌상으로는 0.2mm보다 아주 살짝 높은 느낌.
나무위키와 일본 온라인 쇼핑몰 제품 사양서에는 18g으로 되어있는데 보시다시피...
무게 변수가 큰 부품이라면 파이프 굵기 차이가 있는 선단, 샤프심을 배출하는 척 달린 부분 그리고 위에서 본 지우개일 텐데 1/100 단위로 같을 수 있지?
배럴만 무게를 재봤더니 사진과 같이 다르다.
(왼쪽이 0.2mm 오른쪽이 0.3mm)
1/100 그램 단위로 관리되는 순 무게 대비 이 정도 차이는 큰 건데?
설마 최종 무게를 지우개로 발란스를, 그것도 1/100 단위로 맞춘 거라면 님은 변 to the 태.
그래서? 필기감은?
획수가 많은 한자 쓰기에 이만한 게 없다는 쓰임을 찾아 심심(심신 아니고) 수련에 사용 중이다.
샤프심 진하기는 0.2mm 용으로 B와 제일 진한 2B만 쓰고 있다.
(이 굵기로 4B 까지는 무리일 듯)
0.3mm 샤프를 처음 썼을 때처럼 잘 부러지는가 싶었는데 원래 필압이 가볍기도 하고 익숙해지니까 지금은 불편함 없이 잘 쓰고 있다.
세상에 일찍 체험하고 배워두면 좋고 편한 거 투성인데 늦깎이 공부하려니 일찍 시작 못한 게 억울하다. (췟!)
누가 모델러 아니랄까 봐,
본사 홈페이지에서는 못 찾았지만 일본 아마존을 보면 소재 정보에 눈에 띄는 항목이 있다.
- 배럴 앞(前軸, 아마도 그립부를 말하는 듯) : 나일론, 철
- 배럴 뒤(後軸, 로고와 클립이 있는 상단을 말하는 듯) : ABS
그렇다면 저 파팅라인은 두 소재(나일론, ABS)를 반다이처럼 각 수지의 녹는점 온도 차이를 이용하거나 '시스템 인젝션/인서트' 같은 기술로 한 금형에서 뽑았다는 건가?
제품 개발 관련 이미지를 찾아보면 바디를 만들기 위해,
- 원주형 통 바디
- 12각 가공
- 상(클립, 노크부)/중(Pentel각인부)/하(선단 결합부) 3면 원형 마감
- 로고 인쇄 부분 커팅, 그립부 마감
- 완성
의 프로세스를 거친다고 하는데...
위 사진을 보면 원통을 깎은 게 아니라 최소 금형 4개로 제품 외형을 찍어서 만든 것임을 알 수 있다.
물론 위 링크에서 보이는 사진이 제품 제조 프로세스가 아니라 디자인을 설명하기 위한 형태의 흐름이라면 내 예상이 오보인 거고.
가는 샤프심을 보호하는 슬리브 선단을 둥글게 마감하는 등 수작업 공정으로 월 3000개만 만들어서 품귀현상도 있었다는데 나야 가격도 물량도 안정화되고 나서 각각 0.2mm은 2만 원 극 초반, 0.3mm은 만 원 극 후반 가격으로 샀으니 국내 유통되는 가격의 절반도 안되게 사는 행운이 따랐다.
최근 국내 소매점 가격은 전보다 많이 내린 편이긴 하다.
이렇게 사출 금형을 이용한 대량생산임을 인젝션 게이트 자국으로 알 수도 있다.
0.2mm 샤프를 산 또 다른 목적은
유화로 인형 색칠할 때 0.3mm 샤프심에 물감을 찍어서 썼는데 이보다 더 가는 샤프는 못 참지!
건조 지연제인 리타더 미디엄Retarder Medium을 쓰면 아크릴 물감도 약간은 유화 특유의 버터 바르는 느낌을 살리면서 색칠할 수 있다.
물론 눈 칠할 때 리타더를 섞은 아크릴 물감으로 찍어줬는데 생각보다 효과가 좋아 리베팅 같은 작업에 응용할 수 있겠고 연필을 이용한 무기류의 건메탈이나 탱크 트렉의 금속 질감 표현 기법도 많이 알려졌어서 샤프심으로 응용할 범위는 더 많다고 하겠다.
위 인형은 100% 조소냐 아크릴 물감, CMYK & White 5개 만으로 칠했다.
우리 눈의 홍채(iris, 虹彩) 크기는 평균 11~13mm다.
즉 1/35 인형 기준으로 0.31~0.37mm인 것.
인형 색칠의 대가들처럼 붓으로는 양쪽 두 눈을 절대 같은 사이즈로 찍을 자신이 없어서 예전부터 0.3mm 샤프로 눈을 찍어줬던 터라 0.2mm 샤프를 보자마자 떠 올린 건 '오, 요거요거 1/35 인형 눈 찍기 따악 좋게 생겼네.'였다.
0.3mm으로 기본색을, 0.2mm로 옅은 색을 찍어준 다음 바늘 끝을 이용해서 동공과 하일라이트로 화인(人)점정!!!
닥터그립 리뷰에서 언급했듯이 샤프심 굵기라는 게 표기된 것과 달리 조금 더 굵게 생산되는 건 참고 하자.
0.2mm 샤프는 오렌즈네로뿐 아니라 그냥 오렌즈도 있으니까 가격 부담은 덜고 0.2mm 특유의 샤프함을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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