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EM 24356 (2020년 출시)
TAMIYA 1/24 CAMPUS FRIENDS SET II
지난해, 발매 예고를 듣고 출시하자마자 바로 산 캠퍼스 프렌즈 세트 II.
요즘 3D 데이터를 적절히 활용한 덕분에 여러 메이커에서 완성도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인형을 출시해 주고 있다.
그중 이 제품은 이런 트렌드의 정점을 찍은 제품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이 제품에 더 매력을 느낀 이유는 군인이 아닌 민간인 인형을 레진 제품과 견주어도 될 만큼 디테일을 잘 살렸기 때문이다.
수작업으로만 느낄 수 있는 꼼꼼한 터치의 박스아트가 너무 좋다.
밀리터리보다 이런 민간인 피겨를 더 좋아하고 이런 제품이 많이 나오길 바라는 입장에서 굳이 개인 취향을 말하자면,
민간인 피겨 > 캐릭터/건프라 ≒ 밀리터리 AFV차량/피겨 ≒ AUTO > AERO > ............ > 함선
이 정도 거리감이랄까.
스마트한 제품 기획과 이를 보증해주는 금형 기술로 탄생한 수작.
1983년 제품에는 베스파가 들어있는데 이 제품에는 야마하 비노라는 스쿠터가 들어있다.
Vino는 이태리어로 포도주라고 사전이 알려준다.
색칠하기 아까울 정도로 산뜻한 사출 색과 표면 마감!
뭐랄까, 지브리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씨즐감 넘치는 음식 장면이 떠오른다. (민트 & 야쿠르트 캐러멜, 응?)
저 박스아트는 따로 그린 걸 편집한 건지 아님 한 종이에 다 그린 건지 궁금하다.
참고로 박스 아티스트는 오니시 마사미大西 将美 선생으로 마치 피부 아래로 피가 흐르고 있는 듯한 색감과 잘생긴 얼굴 묘사가 특징이다.
(이분 그림은 영업당해도 만족할 수 밖에 없어!)
다 그런건지 모르겠는데 타미야 제품은 제품 고유 ID로 예상되는 번호가 찍혀있다.
타미야의 AS 절차를 담은 옛날 영상을 보면 재고 부품 관리를 꽤 일찍부터 자동화 설비를 이용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베스파를 넣어줬어도 좋았겠지만 저 모델로 결정한 기획 의도가 당연히 있지 않겠나 싶다.
현지에서 인기 있는 모델이라든지.
특이하게 런너 번호가 각각 X Y Z 다.
요즘 모형 제조사의 품질이 상향 평준화된 느낌이라, 각 브랜드가 지니는 고유의 색깔을 소비하는 재미도 있다.
그중 타미야는 매너 좋고 놀기도 잘 놀고 옷도 잘 입는 부잣집 도련님 같은 느낌이 있다.
'타미나는(탐나는) 타미야'라고 타미야 찬양하는 모델러도 있었다.
사실 타미나라는 우리나라 제조사도 있었다는 사실을 왜 기억하고 있는지...
런너#X
야마하 스쿠터 비노의 런너 구성.
'나와, 비노와, 그림이 되는 일상(매일)'이라는 캐치 프레이즈로 제품 홍보를 하고 있는 모델인데, 유루캠프ゆるキャン△라는 만화작품, 애니메이션, 그리고 드라마에 이 스쿠터가 나오는 모양이다.
스트레스 없는 조립과 적당한 파츠 분할로 타협한 타미야만의 디테일!
앞바퀴 유닛만큼은 부품수를 늘려서 조향정도는 가능하면 좋겠다 생각하게 되는 게 이게 타미야 터치구나 싶다.
구판에 들어있는 베스파(부품수 8개)보다 부품수가 한 개 모자란 3배인 23개다.
타미야 제품을 많이 안 만들어 봤지만 자주 사고 싶어진다.
런너#Y
피겨의 실루엣과 옷의 주름이 자연스럽다.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금형 기술이 발전해서 인형 품질이 좋아졌다기보다 기획력이 좋아진 게 아닐지.
금형 기술의 한계인 언더컷을 지금이라고 극복한 건 아닐 테니.
설명서에 인형 얼굴 색칠 가이드가 있는데 그 모델이 오른쪽 올백머리 같다.
다분히 서구형 얼굴로 보이는데, 인형 모두 동양인의 모습을 한 것보다 선택의 폭을 넓히는 좋은 구성이다.
머릿결 조각도 훌륭하다.
런너#Z
잘 편집한 잡지를 보는 듯, 보고만 있어도 조립이 즐거워 보이는 부품 디자인.
사실적으로 인형 비율이 잘 빠져주시니 조립을 안 해도 보는 즐거움이 레이아웃에서 느껴진다.
몰드 라인 정리만 잘하면 서프리스로 색칠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사출 색이 예쁘고 깨끗하다.
헬멧은 안쪽 쿠션 표현도 해줬으면 좋았을 듯싶다.
기본색만 칠해도 알아서 디테일이 살 듯한 주름 표현.
너무 과장하지 않고 현실적인 비율로 만들어서 좋다.
엉뚱한(?) 개조를 생각 중이라면 다른 동네에서 찾자.
사진상으론 확인이 어렵지만, 스마트폰으로 셀피를 찍는 손은 특이하게 손바닥을 가로지르게 파츠를 나눴다.
즉 팔에는 엄지 손가락 까지만 몰딩 되어있고 나머지 손가락 파츠는 별도 부품.
자연스러운 파지를 위해 스마트폰만 따로 사출한 듯.
역시나 기술력을 반영한 웃옷 주름에 눈이 간다.
제일 마음에 드는 피겨.
Z런너의 여대생 3명은 약간 누나 같은 느낌이라면 이 피겨는 친구 같은... (어이! 유부남이 할 맨트는 아닌데...?!)
트렌디한 대학생의 모습이 잘 표현된 피겨라 제일 나중에 만들고 싶다.
개인적으로 모자에 후디를 즐겨 입었던(지금도 즐겨 입고 다니는) 터라 더 정이 가는지도 모를 일.
살짝 깎아서 미소년 이미지로 개조하고 싶다.
야마하 로고랑 비노 마크는 에칭 스티커로 넣어줘도 되는데.
물건을 사면 제품 매뉴얼에 그려진 일러스트를 꼭 챙겨 보는 편인데, 이게 의외로 글로벌 유명 회사 제품도 생각보다 일러스트는 크게 신경 안 쓴 경우가 많다.
타미야 매뉴얼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수작업이나 디지털 편집이나 크게 차이 안 난다.
(타미야 제품 매뉴얼 수작업 제작 영상. 같은 영상 속 자우버 메르세데스 C9 박스아트로 보아 1990년대 영상으로 보임.)
여성분이 흑백 카탈로그에 들어가는 라인 드로잉을 그리는 동영상도 있는데 찾아봐야겠다.
1983년에 나온 제품에도 있는 얼굴 색칠 가이드에는 여자 얼굴로 다섯 단계로 설명하고 있다.
옛날 버전은 옛날 아이돌, 그러니까 오카다 유키코 닮은 헤어스타일의 그림으로 되어있다.
역시 과거 유산이 많은 회사라서 가능한, 제품 기획력이 돋보이는 부분.
아, 미소년으로 개조하려면 수줍게 소매에 감춘 손이 숙제긴 하겠다.
칭찬 일색으로 리뷰 하긴 했지만 단점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가격이나 생략된 디테일 등 개인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가리는 단점도 있겠지만, 인형 하나는 사출물 두께 때문에 생기는 수축이 하필이면 얼굴 관자놀이(태양혈) 쪽에 두드러진다.
심지어 부품 내부에 빈 공간이 생겨 함몰된 곳에 바늘 끝 같은 구멍이 나있는데, 단점 파헤치는 게 취미가 아닌지라 사진을 남기지 않았다.
아 깜빡할 뻔했다.
포르쉐보다, 아니 소고기보다, 아. 아, 아. 아니 한우님 보다 비싼 킷 강림!
(사출 무게 말고 패키지 전체로 계산해도 ¥13.6이다. 포르쉐도 살짝 추월하심.)
'타미야'뿐 아니라 '하세가와'나 'Masterbox'에서도 현대 민간인 인형을 많이 출시하고 있고, 아카데미에서도 포니를 필두로 앞으로 이런 인형을 개발해 주면 좋겠다.
저변 확대 이전에 수익성이 보장되어야겠지만, 모처럼 찾아온 모형 시장의 호황으로 일반인 취미로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제조사의 도전적인 투자를 기대해본다.
개인적으로 그 어떤 학교 수업보다 취미생활로 얻은 미술 관련 지식이 더 많은 터라 밀리터리물 말고도 이런 대중적이고 일상적인 제품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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