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프라모델 다이어리/드래곤

[조립 & 간단 개조] 드래곤 SAS 1/35 인형 개조의 즐거움 - 프로젝트 Be New

by VM 2021. 12. 16.

▲ 뭔가 특이점을 찾으셨다면 님의 관찰력은 상위 1%!!!

깔끔한 조립과 환상적인 색칠만으로도 인형은 돈이 되는 콘텐츠입니다.

모형 잡지의 잘 편집된 인형 특집기사만으로도 절판이라는 훈장을 비교적 빨리 다는 주제죠.

1/35 스케일 인형만 파는 모델러라면 공간도 많이 차지하지 않아서 라면 박스 사이즈로 한 박스면 만수르 소리 들을 수 있는 건 장점이랄 수 있습니다.

(취미의 종착역이 부동산인 이유가 있는 겁니다.)

 

 

 

▲ 시작은 이랬습니다.

일반적으로 스케일 모형의 개조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1. 생략된 디테일 만들어주기

2. 가동되는 부위를 원하는 형태로 변형하기

그런데 바꾸고 싶은 대상이 인형이라면?

 

 

▲ 배 있는 쪽이 터진 건 사출물 안에 숨어있던 버블(기포) 때문입니다.

원하는 포즈의 인형이 기성품으로 없을 경우 개조를 하거나 직접 만들기도 하는데, 이게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사이즈도 작고 웬만한 조형 실력이 아니고서는 쉽게 손이 안 가는 작업 유형이죠.

저는 후자 쪽을 선택하고 개조도 안 해왔습니다. 만!

 

 

 

▲ 와이프는 넘 작 은거 아니냐고... 히트건으로 말랑말랑해진 토르소를 이쑤시개로 안에서 밖으로 밀어줬습니다. (또 다른 의미의 고증력!)

머리를 굴리고 굴려 최대한 조형이 아닌 자연스럽게 볼륨을 만드는 쪽으로 도달한 결론은 '안에서 밀어볼까?!'였습니다.

두 번째 사진에 토르소 안쪽을 파서 빈 공간을 만든 이유이고, 히트 건으로 녹여가면서 만든 볼륨이 여기까지입니다.

몰드 안쪽에 기포만 없었으면 사진 왼쪽처럼 배 있는 쪽이 터지진 않았을 텐데, 그래도 첫 시도 치고는 만족합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할아버지는 예쁘고 어린 신입 여직원에게 상냥한데, 이웃이신 Like A Live님의 말씀에 따르면 타미야의 슌사쿠 회장님은 보수적이랍니다.

아, 타미야가 제가 원하는 제품을 하도 안 만들어줘서 반항과 희망을 담아 여자 인형을 만들어보기로 했다는 포스팅입니다.

'악법은 행함으로써 고친다.'라고 사랑방 중계에 나온 어느 이름 모를 누나에게 배운 모토입니다.

지금은 어디서 뭐하고 계실지... 그런데 이 키트, 타미야 아니고 드래곤인데?!!

 

 

 

▲ Be New로 가는 길은 험합니다.

기본적으로 피지컬이 좋은 남자를 모델로 한 인형이라 체격이 좋습니다.

단순히 슴슴이 볼륨만으로 미묘한 여성 체형을 만들 수 있다고 착각하고 시작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준비된 답이 있어서 시도한 것도 아니다 보니 앞으로 갈 길이 멉니다. (못 갈지도 몰라...)

전체적으로 볼륨을 줄이기 위해 우선 앞 뒤 볼륨감을 톱으로 갈려나간 만큼 줄이고 집게로 집어서 접착합니다.

 

 

 

▲ 이전 포스팅부터 반복 언급되는 다리 공용부품. 여성으로 만들기에는 너무 쩍...

신발까지 바꾸기는 어려우니까 양말을 발목까지 내리는 것으로 변화를 주기로 합니다.

분명 뒤에서 보면 골반 모양만으로도 남자 체형으로 보일 거 같아서 어떻게 바꿀지 숙제가 늘었습니다.

넓은 어깨와 앉은키를 줄이기 위해 토르소 부품의 아래를 깎고, 벨트라인 위치를 위로 올리면 여성의 실루엣이 나오지 않을까 희망 회로를 풀가동합니다.

 

 

 

▲ 다리를 꼬아봤습니다.

골반 구조를 고려했을 때 남자보다 위로 올라와야 하는 벨트라인은 토르소에 조각되어있어서 복부 주위를 깎아줍니다.

저의 개조 실력의 신뢰성은 낮지만 새로운 시도를 하는 자신을 응원하면서 익숙한 라인이 나오는지 실험해 봅니다.

샤론 스톤 이모 생각하면서 꼬아 준 다리, 원하는 포즈는 불가능하고 저 각도가 최선입니다.

 

 

 

 

▲ 어... 웅장해... 어깨가...

x, y, z 축에서 어느 한쪽만 비율이 틀어 저도 어색해 보이는 건 역시 오랜 세월 익숙해진 보는 눈이 생각보다 정확하다는 것을 말합니다.

옷 주름은 최대한 살려보자가 처음 계획이었는데 생각보다 더 많이 깎아야겠습니다.

퍼티 사놓고 퍼티 사용 최소화를 지향하는 게으른 모델러 되겠습니다.

 

 

 

▲ 뭐야, 바지 주름이 같잖아! (같은 금형이라니까!)

드래곤 피겨를 두 번째로  접했을 때 놀랐던 것은 타사 인젝션 인형에서 볼 수 없는 신발 바닥창의 패턴이었습니다.

불가항력으로 언더컷이나 게이트로 인해 뭉개지는 것 빼고는 독일군 특유의 아웃솔 패턴이 어느 정도 재현되어있어서 마스터 원형은 도대체 얼마나 잘 만든 거냐며 감탄하고 만들었습니다.

다리를 꼬면 욕심만큼 디테일하지 않은 신발 바닥이 노출되지만 이번 작업은 포즈를 우선시하기로 합니다. 

 

 

 

▲ 제일 큰 난관 등장! 수메르 조각상 같은 비율과 하관...

아무리 보디라인을 여성으로 잘 바꿔도 결국 핵심은 얼굴입니다.

수염까지 표현한 저 긴 하관을 1/4 이상(코에서 턱 아래 기준) 깎아야 하는데 그러면 또 입술 위치가 어색해지겠죠.

그래도 여분의 헤드 부품이 남아있는 건 다행입니다.

('아직 두 발 남았다!')

 

 

 

▲ 머리를 식힐 땐 기존에 하던 거 하면 되는 거죠. 잠시 인형을 손에서 놓습니다.

그릴을 잡아주는 각진 'Ω'모양 부품의 막힌 곳을 뚫어줬습니다.

에칭으로 바꾸면 좋을 부품이지만 다루기 너무 힘들고 가끔은 스케일 감안해도 너무 얇아요.

에칭보다 투박하지만 포토샵의 샤픈 필터에도 사용하는 강한 색상 대비를 이용한 눈속임으로 보완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 '뚫어주지 왜 시늉만 낸 거야!'라며 불평보다는 '그래도 뚫을 위치라도 잘 잡아줬네!'라고 생각하는 긍정형 모델러입니다.

먹선 넣기 정도로 마무리해도 되도록 몰딩(오른쪽) 되어있으나 핀바이스로 세 번 뚫고 아트 나이프로 정리해주면 되는 비교적 쉬운 손질이라 몰드를 좀 더 깊게 파줍니다(왼쪽).

그리고 최종 마무리는 무수지 접착제로 미세한 요철과 플라스틱 가루를 녹여서 평탄하게 하면 깔끔합니다.

바디를 접착하면 어차피 안 보이는 밀핀 자국들이지만 없애고 싶어지는 타이밍입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 멈춰!)

 

 

 

▲ 그냥 놔둬도 되지만 굳이 이렇게 분리해줍니다.

뒤쪽 범퍼에 붙어있는 완충기Bumperettes 두 개를 떼어줍니다.

얇게 갈아서 철판 느낌을 살려주고, 다시 붙일 땐 생략된 나사 머리를 다른 키트에서 함께 이식해 주면 좋겠네요.

이 부품 역시 별매 에칭이 더 사실적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접착도 쉽고 가공도 편한 사출 부품을 더 선호합니다.

 

 

 

▲ 완충기를 무리해서 떼어 낸 이유는 범퍼 표면이 너무 들쭉날쭉합니다.

슬라이드 금형을 써서 차대 프레임을 한 부품으로 뽑은 건 좋은데 뒤 범퍼에 여러 부품이 이어져 있어서 파팅라인이나 몰드 수축으로 전체적으로 모양이 보기 안 좋습니다.

사진에는 잘 안 나왔지만 완충기가 있던 곳 말고도 전체적으로 모양이 많이 왜곡되어 있습니다.

(실물을 보면 사진보다 더 심각합니다.)

굴곡이 심한 범퍼 정면이랑 바닥을 편평하게 갈아야겠습니다.

 

 

 

▲ 누님이 한 터프 하시는 게 약간 지브리 터치처럼 보이기도 하고, 맨눈이 못 보고 지나친 것을 사진이 알려줍니다.

문제는 저 다리를 꼰 자세로 운전대 각도가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여자 캐릭 자리는 운전석이 딱인데, 계획대로 될지 안 될지 불확실한 것도 재미라면 재미겠죠.)

얼굴은 절대 이렇게 나오지 않겠지만, 저 정도 비율은 나와줄지 모르겠으나 설마 이 작업도 소리 소문 없이 봉인되는 일은 없겠죠? 흐흐흐.

여차하면 그냥 남자로...

 

이럴 땐 블로그가 쉼 없이 직진하라는 동기부여(감시자)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