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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모델 다이어리/드래곤

[조립 & 간단리뷰] 드래곤 1/35 영국군 SAS Desert Raiders 2012년 - 너무 좋으면 두 세트 살 수도 있지 뭐

by VM 2021. 12. 9.

▲ 안녕하세요!

오늘의 주제는 가끔, 아주 가끔 같은 키트를 왜 두 세트씩 샀는지 그 이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하나는 소장용, 나머지는 조립용... 은 확실히 아닙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좋아하는 모델이라 '잘 만들고 싶어서' 굳이 같은 키트 리뷰용으로 하나 더 사곤 합니다.

 

 

 

▲ 그릴을 지지하는 서포터에 닿아야 하는데 빨간 화살표만큼 떨어져 있습니다. 까짓거 정신 위생상 길게 연장하면 됩니다.

요즘에 나오는 키트들이야 레고처럼 정직? 하게 딱딱 들어맞고 이런 조립성을 기본 소양처럼 여기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시중에 유통되는 예전 제품 대부분, 혹은 일부 요즘 제품은 여전히 조립성이 좋은 건 아닙니다.

내가 좋아하는 특정 아이템의 오류나 조립성에 대한 정보를 모형 잡지, 인터넷 등으로 미리 알고 만들면 좋겠지만, 그 많은 책들 중 내가 원하는 기사 꼭지만 콕 집어서 살 수도 없는 일이고 삼라만상 세상 모든 제품의 상세 정보를 인터넷 검색으로 다 찾는 것도 불가능하죠.

(리뷰 기사가 도움 되는 건 맞지만 글이나 사진으로 접한 내용과 직접 보고 손으로 느끼는 것과는 결이 많이 다릅니다.)

 

 

 

▲ 다행히 그릴 하나가 여분으로 들어있어서 이걸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마치 무슨 두개골을 형상화한 디자인으로 보입니다.

건프라의 치명적인 장점매력은 접착제 없이 가조립마저 끝까지! 온전하게! 빈틈없이! 가능한 상향 평준화된 조립력입니다.

심지어 접착제 없이 만들어도 빈틈없이 들어맞는 손맛과 색칠을 안 해도, 누가 만들어도 결과물이 좋다는 모형 문법을 보기 좋게 완성한 모범적 사례입니다.

('호기심 해결사'의 '애덤 새비지'삼촌이 PG 건담 언리쉬드에 감탄하는 지점이나 조립만으로도 콘텐츠가 되는 필리핀의 크리에이터 Gio San Pedro의 영상물은 다른 모형 브랜드 제품으로 느끼기 힘든 반다이만의 색깔을 잘 전달하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캐릭터 사업)과 맞물려있는 3D 툴과 금형기술 발전의 접점에 영상과 캐릭터 상품 모두 그 퀄리티와 싱크로율의 성장곡선을 보면 놀랍습니다.

(건프라의 조립력 덕분에 '모형 전용 외날 니퍼'란 도구를 재발견 하면서 니퍼 단일 카테고리 시장도 많이 커졌습니다.)

 

 

 

▲ 접착 면의 단차 제거라는 잔업이 남았지만, 실물처럼 터치 다운?한 마스크에 심신이 편안해집니다. But! 라디에이터가 짧ing...

건프라(포함 캐릭터 상품들)와 달리 태생적으로 실물이 존재하는 스케일 제품은 왜, 여전히 오류와 생략의 Know-HowKnow-Where로 관련 시장을 만들고 있을까 잠깐 고민해 본 적이 있는데요, 싱겁게도 결론은 '딱히 깊이 생각할 필요 없다.'입니다.

개발자의 취향, 혹은 예산(외부 조건) 등의 영향으로 변주했을 축소모형이다 보니 실물과 비교해보면 제조사마다 각기 다를 해석에 받아들이는 각 모델러의 시선도 다양하기 마련이라 자동차 꾸미고 인테리어 디자인하듯이 메이커가 타협하고 넘어간 디자인 요소를 채워주는 시장은 세속적으로 돈이 되니까 자연스럽게 형성됐을 겁니다.

하지만 오류가 있는 제품이라 하더라도 1차 생산자인 메이커가 있어서 잡지사도 먹고살고 옵션 파츠를 만드는 소규모 제조사도 존재할 수 있는 이유니까, '마음에 안 들면 안사면 그만.' 이란 냉정한 논리로 모델러에게 발언권을 빼앗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일본의 메이저 모형 잡지사들은 모형 제조 및 유통을 겸하고 있군요.)

 

 

 

▲ 왼쪽 의자 등판에 가로로 지나가는 가운데의 파이프 프레임 두 개는 원래 등판에 프레스로 새긴 그루브(오른쪽 수정)입니다.

모형을 만들다 보면 사소한 통계나 성향 같은 게 보입니다.

이를테면 개발 단계부터 애프터 마켓을 배려하는 설계가 보이기도 하고요, '오, 이 부품은 저 회사 제품 참고했네?' 하고 경험을 소환하거나 '아니, 이런 것까지 금형으로 찍을 수 있는 거야?!' 하며 감격하기도 하며, 심지어 인형 원형사를 추론해서 맞추기도 하죠.

(뭐랄까, 애니메이션 보면서 원화가 맞추는 넘사벽 수준! 그런데 계시더라고요, 이런 분.)

메이커, 혹은 개발자의 터치를 마치 가까운 친구끼리만 알아차리는 고 녀석 특유의 버릇이나 좋아하는 가수의 쿠세처럼 감이 오는, 모델러만의 제로 영역이 있습니다.

 

 

 

▲ 옵션 구매는 될 수 있으면 지양하는 자급자족 모델러라 원형이 아닌 사다리꼴 단면의 런너를 늘려서 위 의자의 그루브를 만들었습니다.

전문 잡지 기사나 개인이 올린 리뷰 등 타인의 의견에 영향을 받든 안 받든, 내가 직접 느끼는 감각이 모형 생활의 주체인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조립성이 좋아졌음에도 이상하게 도구들은 신상품이 쏟아지고, 일부러 옛날 제품을 어렵사리 구하고는 사서 고생하는 것도 중요한 선택적 즐거움의 일부입니다.

(아카데미 병풀 하나면 충분했던 접착제도 쓰임에 따라 다섯 개나 됩니다. 일반/무수지/ABS/순접/수성우레탄)

나와 같은 관심사를 가진 분들과 취미와 정보를 공유하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죠.

(그런데 블로그 관리를 이따위로... )

 

 

 

▲ 원래 원형 고리모양인 부품(Chain Eyes)은 쇼트(Short Shot)인지 설계오류인지... 가운데 Pintle Hook은 초기형을 재현했습니다.

그 흔했던 박격포병도 들어있던, 천원도 안 하던 '아카데미 케네디 찦'이나 '타미야의 영국 육군 SAS 지프'를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어릴 적 못 이룬 미련을 어른이 돼서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얻는 즐거움이 소소합니다.

세계화를 외치던 올림픽 영향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조립식 모형만 다루는 프라모델 전문 소매점이 생기기 시작한 80년대 말, 지금 생각하면 재밌는 괴담? 도 많았죠.

'아카데미가 싸게 카피라도 하니까 건담 저변이 넓어지는 거라 반다이가 고마운 마음으로 놔두는 거다. 반다이 제품 살 여력이 있는 사람은 카피 안사고 원판 산다.' 라던지, '이탈레리라는 회사 제품은 타미야보다 넘사벽이라 디테일이 장난 아니다.' 등등, 누가 봐도 그 당시 발언권이 좀 있으신 분의 사견이 프라모델 유통망을 통해 퍼진 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 팬벨트에 물려있어야 할 발전기(generator) 자리가 휑~~~ 합니다. 누가 봐도 기획 누락. 조립하면 안 보일 밀핀자국도 신경쓰입니다.

SAS Jeep의 경우 타미야 전매특허인 멋진 박스아트와 설명서에 흑백으로 인쇄한 역사 사진, 일러스트, 그리고 몇몇 멋지게 완성한 작품의 이미지가 워낙 강했던 모델인데, 한땐 인형 맛집?이라 여겼던 드래곤에서 이 제품이 나온 걸 알고 언젠간 꼭 사서 만들고 싶다는 다짐이 있었습니다.

제품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알고 있는 키트도 아닌데도 두 박스를 덜컥! 구입한 건, 두 세트 묶음으로 사는 조건이 싸서... 도 있었지만, 건프라와 달리 완벽한 가조립이 불가능한 스케일 모형이다 보니 하나 정도는 희생해서 제품 장단점을 파악하고 나머지 하나는 완벽이 아니라 좀 더 즐겁고 수월하게, 잘 만들고 싶은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목적지만 바라보고 일부러 내 발걸음이 곧 길이 된다는 기분으로, 어디를 어떻게 더 손볼지 모르는 복불복을 즐기는 거죠.

 

 

 

▲ 손볼지 안 볼 지는 순전히 개인의 선택입니다. 그리고 그 선택이 즐겁습니다.

스트레스 없이 만들면 좋겠지만 직접 만들지 않는 이상 그런 제품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 노란 선 : 운전수 시트를 올려놓으라고 새긴 듯한 실물에도 없는 연료탱크 위의 몰드는 의자 다리를 접착할 구멍(파란 화살표)에 고정하면 정작 저 노란 스페이서에 의자가 닿지 않습니다. 좌석의 센터도 맞지 않고요. 문제는 노란 선에 의자를 정렬해야 비율이 맞으니까 파랑 화살표의 구멍 위치를 다시 잡아주는 것으로 해결하려 합니다.
  • 파란 화살표 : 의자 다리를 고정하는 구멍인데  보시다시피 의자 프레임보다 무식하게 커서 제 기능도 못 할 뿐더러, 운전자 시트 다리를 고정할 위치는 오른쪽으로 쏠렸습니다. 런너 늘린 것으로 막고 표면을 정리한 다음 의자 다리 위치를 다시 잘 잡아서 부품 굵기에 맞게 핀 바이스로 뚫어줍니다. 퍼티로 수정하자니 구멍을 다시 뚫으면서 퍼티가 박리되지 않을까 염려도 되고 그냥 차체랑 물성이 같은 런너로 막는 게 나을 거 같습니다.
  • 보라색 선 : 뒷자리 승객의 발걸이인데 몰드가 바닥까지 이어져 있는 모양새(왼쪽)라서 실물과 같이 파이프 형태로 바꿔주기 위해 몰드를 깎고(오른쪽) 플라봉으로 보라색 선 위치에 붙여 줄 생각입니다. 실전 중 뒷자리에 앉은 병사가 계속 발로 툭툭 시트 등받이를 쳐서 파이프를 달은 게 아닐까 하는 근거 없는 상상도 소소한 즐거움입니다.
  • 빨간 선 : 운전석 쪽은 키트보다 얇게 몰딩이 있긴 하지만 조수석 쪽에는 없습니다. 철판에 보강 프레임이 차량 안쪽에 노출된 차체라 이 스케일에 디테일하게 다 구현하기엔 무리가 있긴 합니다. 아무튼 조수석 쪽 몰딩을 밀어버릴지 말지는 고민 좀 해야겠습니다.

실물이 존재하다 보니 빈틈없이 완벽한 조립성과는 별개로, '이 키트는 어디까지 어떻게 실물을 축소 재현했는지'에 대한 모델러들의 기대나 사전 지식만큼 다양한 만족과 불만들이 공존합니다.

실차에 대한 정보가 많거나 자료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면 몰라도 될 이런 개조 포인트는 저의 경우 어느 정도 기대하고 즐기는지라 '나사 머리 하나하나 빠지지 않고 다 만들어버리겠어!'보다는 '개발자가 실물을 이렇게 타협했다면 나라면 이렇게 해법을 찾았을 거야.'라며 만드는 편입니다.

같은 모델이라도 화가가 누구냐에 따라 각기 다른 개성과 터치로 완성될 초상화처럼, 모델러 고유의 개성과 해석이 생기는 지점이 바로 실물 대비 불완전한 키트에 있는 겁니다.

(물론 조립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색칠은 좀 다른, 저 광야 너머의 어나더 넥스트 레벨의 영역 같습니다. 제껴라! 제껴라! 체퀴롸웃!!!)

 

 

 

▲ 접착한 후라 오류 수정의 기회를 박탈?당한 아주 좋은 예. 이렇게 보니까 필름카메라 바디를 위에서 본 모습 같습니다.

이 데쉬보드는 아치형 프레임보다 살짝 안쪽으로 들어갔어야 했는데, 다음에 만들 땐 보드 뒤편을 적당히 갈아주고 접착해야겠습니다.

(이미 어딘가에서 실수할 줄 알고 있었습니다... 라며 키트를 두 개 사는 자신을 합리화합니다.)

오륜기부치아나?처럼 생긴 게이지들은 습식 전사지를 물에 불려서 쓰는 일반적인 방법 대신 종이 대지에 붙어있는 상태로 펀치로 따서 심어?주고, 기왕 하는 김에 투명 필름도 같이 타발 해서 유리 같은 느낌을 내기 위해 조금 깊게 팠습니다.

도구는 '갓 핸드'의 스핀 블레이드로 깊게 파줬는데 아날로그 감성 뿜뿜한 계기판의 경우 예전엔 클리어로만 마감해봤어서 이번에 선택한 방법의 효과가 어떨지 기대됩니다.

(스핀 블레이드는 완전 강추하는 찐템입니다.)

 

 

 

▲ 이전 포스팅에서 사진 부족으로 설명이 모호했던 인형 런너. 이렇게 런너 하나에 두 가지 포즈로 인형을 연출할 수 있습니다. 오~

이 모델은 SAS 창설 70주년에 해당하는 2011년 5월, 그러니까 10년 전에 꽤나 잘 만든 1/6 스케일로 차량 단품을 출시한 제품이 있음에도 일 년 뒤인 2012년, 1/35 스케일로도 충분히 구현할 수 있는 디테일을 생략하거나 디자인을 바꿔서 양산한 게 살짝 아쉽습니다.

그러니까 일 년 뒤에 나온 1/35의 오류를 1년 먼저 출시한 1/6는 제대로 만들은거죠.

정교한 부품과 에칭까지 넣어준 호사로움 때문인지 Smart Kit라는 수식어는 '어디가 스마트하다는 거임?' 하고 자문하게 만들지만, 뭔가 미심쩍은 지점에서 실물 자료를 찾아가며 어떻게 만들까 고민한 시간만큼 소비자가 스마트 해지는 키트 같습니다.

 

 

 

▲ 두 인형의 다리 부품이 공용이라 차별화 해보려고 '11자' 다리로 Mr. Burlington화 하고 앉혀보니 차 안이 좁습니다요. =_=);;;

실물을 신경 쓰지만 고증파는 아닌, 그냥 뭔가 만드는 걸 좋아하고 그게 다인 모델러입니다.

키트가 재현하지 못한 실물을 기준점 삼아 아주 가끔 설명서대로 안 만들 뿐, 전문가나 다룰법한 문법으로 검증하는 것이 모형을 만드는 지향점은 아닙니다.

맨 위에 그릴을 연장한 작업은 오류가 그릴인지 바디 때문인지 혹은 둘 다 일지 아무 상관없이 그저 그릴과 지지대를 닿게 만드는 게 목적이라 실제보다 비율이 길어졌을지도 모를 일이고, 의자 등판의 그루브를 추가한다고 했지만 그루브로는 안 보이고 등판 위로 지나가는 작은 파이프 프레임으로 보이는 또 다른 오류라고 할 수 있으므로 고증에 진심인 편이라기엔 거리가 멀다는 얘기죠.

 

 

 

▲ 제가 모형을 대하고 즐기는 방법은 오히려 이쪽에 가깝습니다. (두 인형 중 하나는 여성으로 개조하고 싶습니다만...)

손으로 쪼물딱 거리는 거 좋아한다는 썰을 길게 풀은 오늘의 두 번째 결론은 '이 제품, 단점 빼고는 다 마음에 든다.'는 모순된 논리로 '너무 만족하고 재밌게 만들고 있어서 두 세트 사길 잘했다ing.'입니다.

안 친절한 설명서에 설계오류, 누락한 부품, 심지어 쇼트 샷에 엔진에서 이어지는 배기 파이프가 짧아서 머플러 쪽 부품에 닿지 않는 등, 박스 아트 빼고는 당최 장점이 없어 보이는 제품이지만 왜 좋은지를 글로 쓰자니 대부분 추상적인 이유라 어떻게 운을 띄워야 할지 도통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모형을 취미로 삼으면서 우리나라 공교육으론 불가능했던 자기 주도식 어학 공부 덕분에 그림만 구경했던 자료를 조금은 읽게 되었다는 소심한 고백과, 오늘 주제와 저언혀 상관 없는, 하비 재팬의 어느 필진이 제품 오류를 지적하면서 제작한(대차게 까버린) 기사에 열 받아? 광고를 뺀 스폰서가 타미야였다는 옛날 얘기로 포스팅을 마무리합니다.

 

 


 

 

▲ 오늘도 풍요로운 인터넷의 바다. (이미지 클릭/터치하면 해당 영상 이동)

 

 

ネットは広大だわ